김수남 사진 17만 점 국립민속박물관 기증,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활용되길"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수남(1949~2006)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 그가 30여 년간 한국과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남긴 17만여 점의 사진과 기록이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영상에 따르면, 이 방대한 자료는 김수남의 장남 김상훈 씨가 기증한 것으로, 사라져가는 문화의 원형을 담은 소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라지는 문화를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다
김수남 사진가는 1970년대부터 한국과 아시아의 사라져가는 문화를 포착해 왔다. 1970년대 한국은 새마을 운동의 영향으로 굿과 같은 전통 의례가 미신으로 치부되어 억압받던 시기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전국의 굿판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문화 원형을 사진으로 남겼다. 단순히 사진 촬영에 그치지 않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장의 상황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며 다큐멘터리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1985년 동아일보를 사직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그의 시선은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의례, 축제, 일상생활을 담아낸 그의 사진과 기록은 당시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창이 되었다. 그는 생전에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최후를 맞을 때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태국 치앙라이에서 촬영 중 세상을 떠났다.
17만 점의 기록,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가
김수남의 아들 김상훈 씨는 아버지가 평생 쌓아온 17만 점의 사진을 마주하며 관리의 막막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책꽂이 정도의 분량이었으나, 촬영이 거듭될수록 사진은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저걸 저대로 두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어떻게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들지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이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다큐멘터리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누군가 필요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사진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진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웹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김 씨는 연구자들이 자료를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파일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전문적인 수장 시설을 갖춘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을 결정했다. 박물관은 연구자들이 자료를 묻어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저작권 침해 없는 선에서 창의적으로 사용되길"
김상훈 씨는 아버지가 남긴 사진들이 온라인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사진의 가치를 훼손하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자들은 물론 아시아의 전통 문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더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며,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용된다면 사진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느꼈던 모습을 회상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나에게는 미얀마의 소수민족이 사라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버지의 사진을 다시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은퇴 후 아버지가 사진을 찍었던 곳들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이 기록들이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과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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