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세계문화박물관 전환 제언…박물관의 목적과 관람객 연결 강조
국립민속박물관의 세계문화박물관 체제 전환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자들은 박물관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관람객·이해관계자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세계문화박물관 체제 전환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한 라운드테이블이 2026년 4월 23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세계문화박물관의 미래를 바라보다'를 주제로 한 2026 국립민속박물관 국제학술대회의 세 번째 세션으로, 좌장은 이관호 ICOM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이 맡았다. 라운드테이블에는 이날 발표한 발표자 다섯 명이 참여했고, 지정토론 없이 공개 질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상으로 발표한 아이샤 알미스나드 카타르 박물관 부국장은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자신의 생각을 QR 코드로 보내왔다.
좌장, 민속에서 세계 문화로 확장할 때 무엇을 준비할지 물어
이관호 좌장은 2022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유럽에서 주로 민족학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있던 박물관들이 최근 대부분 문명 박물관 또는 문화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며, 발표자들이 이런 맥락 속에서 미래 박물관을 이야기했다고 정리했다. 이어 공통 질문으로 민속이라는 키워드에서 세계 문화라는 키워드로 확장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세계문화박물관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특히 융복합적인 측면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물으며, 민속박물관은 2031년이라고 하지만 지금 마음이 급하고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리 자신의 박물관에서 타자의 박물관으로
첫 번째로 답한 발표자는 박물관이 '우리 자신의 박물관(museum of ourselves)'에서 달라진 방식의 '타자의 박물관(museum of other)'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한국이 다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서 언급된 네트워크처럼 각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로 한국에 있는 관람객에게 이야기하며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동시에, 바깥의 시각을 강요하지 않고 현지 사람들과 협의된 담론을 만드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을 과제로 꼽았다.
그는 문화 외교 분야 사람들과 일하는지, 박물관 사람들과 일하는지, 각 나라 공동체 사람들과 일하는지에 따라 다르며,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대와 자신의 문화에 대한 다른 이해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단위뿐 아니라 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세계에 대한 이해, 미학과 창의성의 형태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공 사례뿐 아니라 때로는 실수나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경험에서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관호 좌장은 이 발언을 타자의 박물관과 네트워크 차원의 교류를 강조한 것으로 보고, 맥락 있는 문화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세계문화박물관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정리했다.
호주 발표자, 박물관의 목적과 관람객의 신뢰 강조
호주에서 온 브리 롬스테드 발표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매우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이 관련성을 유지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려 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늘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 박물관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관람객에게 무엇을 전달하는지, 다른 박물관과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박물관이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으며, 연구에서도 박물관이 그런 특권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신뢰를 활용해 관람객을 다소 도전적인 방식으로 함께 데려갈 기회가 있고, 관람객이 안전하고 지원받는다고 느끼는 올바른 조건을 만든다면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관호 좌장은 미래 박물관에서는 단순한 전시, 교육, 수집 단계를 뛰어넘어 누구를 위한 박물관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라며, 차별성과 신뢰를 강조한 것으로 정리했다.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3년간 이해관계자 참여로 지침 원칙 세워
청 메이코온 발표자는 앞서 브리 롬스테드가 말한 박물관의 목적을 묻는 일에 이어, 비전이 분명해진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의 경험으로 설명했다. 3년 전 싱가포르 역사 갤러리의 모든 것을 바꾸는 개편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해관계자 참여를 위한 3년 전략 계획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해관계자를 공개 세션에 참여시키는 일이 솔직히 매우 힘들고 복잡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매우 유용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참여 세션을 통해 지난 3년간 계속 참고한 몇 가지 지침 원칙을 세웠고, 이해관계자들이 무엇을 말했는지,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되짚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박물관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매우 분명해야 하지만 관람객과도 연결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연결 없는 일방적인 경험을 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관호 좌장은 자신이 1992년 큐레이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박물관 전시는 큐레이터를 만족시키는 전시였다고 돌아보며, 이제는 참여적 관점의 전시 방법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가족 여행으로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을 찾았을 때 시니어 그룹을 위한 전용 공간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공간에는 전시물이 없었고 시니어들을 위한 아주 편안한 공간이었다며,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