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오랑우탄 서식지 절반에 불길…인도네시아 '슈퍼 엘니뇨' 산불, 23년 된 연구림까지 위협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칼리만탄)과 수마트라섬에서 11년 만에 가장 거센 산불이 이어지면서, 멸종위기 위급(CR) 단계인 보르네오오랑우탄의 서식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하순 보르네오오랑우탄 개체군의 52%가 사는 서식지에서 불이 나고 있다고 밝혔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중부 칼리만탄에서 23년째 이어져 온 오랑우탄 장기 연구림까지 불길에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인도네시아는 이른바 '슈퍼 엘니뇨'로 긴 가뭄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은 80일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았고, 말라붙은 이탄지(泥炭地)와 숲이 한번 불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개체군 20곳 중 13곳이 불 속에"
IUCN에 따르면 불이 난 서식지에는 보르네오오랑우탄 개체군의 52%가 살고 있으며, 남아 있는 가장 큰 개체군 20곳 가운데 13곳이 영향을 받고 있다. AFP통신과 자카르타포스트 등이 지난달 26~27일 전한 내용이다.
IUCN은 연기에 노출된 오랑우탄에게서 평소보다 더 먹고 더 쉬는데도 체지방이 분해되는 징후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연기로 인한 염증에 맞서느라 면역계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에 사는 긴팔원숭이 5종도 서식지 상실에 더해 호흡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산림부 대변인은 지난주 기준으로 불길에 위협받은 동물 100마리를 구조했고, 이 가운데 53마리가 오랑우탄이라고 밝혔다. 서칼리만탄 천연자원보전청(BKSDA) 등이 구조를 조율하고 있다.
23년 쌓은 연구림도 위험…"먹을 잎도 열매도 없다"
가디언에 따르면 중부 칼리만탄의 투아난(Tuanan) 오랑우탄 연구기지 주변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 가운데 밤낮으로 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이 기지 연구진은 23년 동안 같은 나무 약 2500그루와 같은 오랑우탄 개체들을 추적 관찰해 왔다. 불이 연구림을 덮치면 영장류 생태 연구에서 드문 장기 기록이 끊길 수 있다.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해 온 수의사이자 영장류 보전단체 이아리(Yiari) 공동설립자 카르멜레 야노 산체스 박사는 가디언에 "불에 타 죽는 야생동물 피해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지나간 숲에는 오랑우탄이 먹을 잎도 열매도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해는 불이 꺼진 뒤에도 이어진다. 투아난 연구 프로그램 공동책임자인 에린 보겔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숲이 회복되는 데 수년이 걸리고, 그동안 나무가 맺는 열매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이 줄어든 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IUCN 영장류 전문가그룹 부의장인 수잔 체인 보르네오자연재단 공동대표도 불이 꺼진 뒤 잎이 말라 죽는 시기가 먹이가 더 필요한 시기와 겹친다고 지적했다.
피해 면적, 정부와 민간 추정 4배 넘게 차이
얼마나 탔는지를 두고는 집계마다 차이가 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7월 20만2000㏊ 이상이 불탔다고 집계한 반면, 독립 위성 감시 플랫폼 누산타라 아틀라스는 1~8월 약 90만㏊로 추정했다. 현지 환경단체 YKAN은 8월 한 달에만 60만㏊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집계 기간과 방법이 서로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 항목 | 수치 | 출처·기준 |
|---|---|---|
| 불탄 면적 | 20만2000㏊ 이상 | 인도네시아 정부(1~7월) |
| 불탄 면적 | 약 90만㏊ | 누산타라 아틀라스 추정(1~8월) |
| 8월 피해 면적 | 60만㏊ | YKAN 주장 |
| 오랑우탄 서식지 내 열점 | 1만7865곳(칼리만탄 전체 2만2744곳 중) | 지오픽스 분석(6월 1일~8월 28일) |
| 화재 서식지 내 개체군 비율 | 52% | IUCN |
| 구조된 동물 | 100마리(오랑우탄 53마리) | 인도네시아 산림부(지난주 기준) |
환경단체 지오픽스(Geopix)는 6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칼리만탄에서 위성으로 감지된 화재 열점 2만2744곳 중 1만7865곳(78.5%)이 오랑우탄 서식지 안에 있었다고 분석했다고 인도 매체 다운투어스가 전했다. 이 단체는 수마트라코끼리 서식지 21곳에서도 화재 4500건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정부 "11월 초까지 갈 수도"…사람 피해도 커
라자 줄리 안토니 인도네시아 산림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산불이 10월 또는 11월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기 시작 예상 시점이 10월 말~11월 초로 당초보다 한 달가량 늦춰졌기 때문이다. 장관은 엘니뇨 기간에는 불을 쓰지 말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정부는 항공기 50대 이상을 동원해 공중 살수와 인공강우를 하고 있고, 일본도 CH-47 치누크 헬기 3대를 지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9월 1~9일 7개 주에서 호흡기 질환 환자가 11만3336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연무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공기질에도 영향을 줬다.
"이탄지 다시 적시고, 불탄 숲 개발 막아야"
보전단체들은 진화뿐 아니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도네시아 오랑우탄보전포럼(FOKI)의 론나 사브는 이탄지 보호와 재습윤, 배수로·벌채 문제 해결, 불탄 숲이 농지 등으로 바뀌지 않도록 막는 조치를 요구했다고 AFP는 전했다.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수십 년 사이 크게 줄었다. 보르네오오랑우탄생존재단(BOS)은 1973년 약 28만8500마리에서 현재 약 5만7350마리로 80% 가까이 감소했다고 추산한다. 이번 산불의 직접 사망 규모는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으며, 피해 규모는 우기가 와서 불이 꺼진 뒤에야 제대로 파악될 전망이다.
※ 출처: 가디언(2026년 10월 1일), IUCN 발표(AFP·자카르타포스트 2026년 9월 26~27일 보도), 로이터(2026년 9월 16일), 다운투어스(2026년 9월 8일)
참고 자료
- 'The toll is huge': El Niño-driven wildfires overwhelm Indonesia's orangutan population — The Guardian 기사 전재(AOL, 2026-10-01)
- Indonesian wildfires threaten critically-endangered orangutan: IUCN — The Jakarta Post(2026-09-27)
- IUCN: Indonesia Fires Threatens Critically-endangered Orangutan — Asharq Al-Awsat(2026-09-26)
- Indonesia's wildfires may last until early November, minister says — The Star/Reuters(2026-09-16)
- Wildfires ravage 60% of Bornean orangutan habitat in Kalimantan, warns conservation group — Down To Earth(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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