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청어 황금어장'은 왜 무너졌나…남획·소빙기·사회 변화가 겹친 붕괴, 회복엔 400년
중세 유럽의 식탁과 무역을 떠받친 '청어 황금어장'이 16세기에 무너진 것은 남획 하나 때문이 아니라 기후 냉각과 사회·경제 변화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킬대학교와 독일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iDiv) 주도 연구진은 1200~1650년 450년 동안의 청어 어획 기록을 복원해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9월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 외레순(Øresund) 해협의 스카노르-팔스테르보 어장이다. 이곳에서 잡혀 소금에 절여진 청어는 수백 년 동안 유럽 전역으로 팔려 나간 대표 교역품이었다. 그러나 어장은 1570년 무렵 급격히 무너졌고,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다시 살아났다.
세관 장부와 소금 기록으로 되살린 450년
수백 년 전 어획량을 직접 잰 통계는 없다. 연구진은 세관 기록과 통행세 장부, 청어 절임에 쓰인 소금 생산량 같은 흩어진 기록을 모아 1200~1650년 어획량을 다시 짜 맞췄다. 여기에 네 곳의 유럽 시장 가격 자료와 기후 복원 자료를 더했다.
분석에는 두 가지 방법을 썼다. 하나는 어획량과 가격으로 자원이 얼마나 줄었는지 추정하는 '생물경제 자원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기후·생태·경제·인구·수요·전쟁 등 아홉 가지 요소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려 보는 '고리 분석'이다. 네이처 논문 요약에 따르면 전성기인 1520~1570년 연간 어획량은 최대 약 7만5000톤에 이르렀다.
한 가지 원인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청어 자원은 남획으로 최대치의 41~51% 수준까지 줄어 있었다. 약해진 자원은 잡는 데 드는 비용을 끌어올렸다. 비슷한 시기 시작된 '소빙기'의 기온 하강은 청어 자원의 생산력을 떨어뜨렸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바다 밖의 변화다. 해안의 모래언덕이 움직이며 어업 시설을 덮쳤고, 새로 자리 잡은 농노제로 어업에 나설 일손이 줄었다. 여기에 값싼 북해산 청어가 시장에 쏟아지며 경쟁력까지 잃었다. 연구진은 청어 자원 자체는 줄었지만 혼자서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고, 이런 사회·경제적 압력이 겹치며 어업이 버티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기후와 생태, 사회·경제 조건을 함께 살펴볼 때에야 이 역사적 붕괴의 일관된 그림이 드러난다." — 루디 포스(Rudi Voss) iDiv·킬대 연구원, 논문 제1저자 (iDiv 보도자료)
같은 바다, 오늘의 청어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같은 해역의 청어가 지금 다시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해양 전문지 오셔노그래픽에 따르면 서부 발트해 청어는 생물학적 안전 한계를 벗어난 상태로, 국제해양탐사위원회(ICES)는 어획량 '0'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2025년 10월 28일 2026년 발트해 어획 한도를 정하면서 서부 발트해 청어의 한도를 전년과 같게 유지하고 이 청어를 겨냥한 직접 어업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소규모 어업에 대한 예외는 남겨 두었다. 같은 결정에서 중부 발트해 청어 한도는 15% 늘리고 3개월 산란기 금어기를 두었다.
과거와 다른 점도 있다. 16세기의 청어는 기온 하강으로 압박을 받았지만, 오늘날은 거꾸로 바다가 따뜻해지는 기후변화가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방향은 달라도 기후 변화와 어획 압력, 사회·경제 여건이 함께 작용한다는 구조는 닮았다고 봤다.
물고기 수만 세서는 어장을 지킬 수 없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생태계 기반 어업관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자원량 평가만으로 어획 한도를 정하는 대신, 기후와 먹이망, 어민 공동체와 시장 같은 사회·경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한번 무너진 어장이 되살아나는 데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연구가 남긴 경고다.
다만 이번 연구는 단편적인 옛 기록을 모아 추정한 것이어서 당시 어획량과 자원량 수치에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연구진도 여러 요인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를 정확히 나누기보다,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작동한 방식을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출처: Voss 외, 'An historic fishery collapse driven by socioeconomic and environmental factors', Nature Sustainability(2026.9.28, DOI 10.1038/s41893-026-01937-1), 독일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iDiv) 보도자료, 유럽연합 이사회 보도자료, 오셔노그래픽
참고 자료
- An historic fishery collapse driven by socioeconomic and environmental factors — Nature Sustainability(2026.9.28)
- Historic fishery collapse holds lessons for the present — iDiv(2026.9.28)
- Historic fishery collapse holds lessons for the present — EurekAlert!
- What can medieval herring teach us about Baltic Sea fisheries? — Oceanographic(2026.9.28)
- Baltic Sea: Council agrees on catch limits for 2026 — 유럽연합 이사회(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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