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5% 급감' 멸종위기 보공나방, 호주 동남부 도심에 대거 출현…"회복 신호지만 안심은 일러"
한때 개체수가 99.5% 줄어든 것으로 추정돼 멸종위기종이 된 호주 보공나방(Agrotis infusa)이 올봄 이동기에 호주 동남부 도심에서 대거 목격되고 있다. 호주 ABC·SBS 방송 등은 28일(현지시간)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빅토리아주, 수도준주(ACT) 곳곳에서 집 안까지 날아든 나방 떼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흘 새 목격 신고 800건…"역대 최고였던 2024년 넘어"
ABC에 따르면 지난 25일 이후 시민과학 플랫폼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에 올라온 보공나방 목격 기록은 약 800건으로, 이 가운데 200건 이상이 하루 사이에 등록됐다. 시드니와 남부 해안 등 평소 이동 경로에서 벗어난 도시 지역 신고가 특히 많다.
빅토리아주 동물원 기관 주스빅토리아(Zoos Victoria)가 운영하는 신고 프로그램 '모스 트래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기관의 마리사 패럿 박사는 SBS에 "올해는 한 달 동안 들어온 목격 신고가 가장 많았던 2024년 한 해 전체보다 많다"고 말했다. 호주 매체 데일리 오스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2025년 한 해 접수된 신고는 약 1400건, 이 가운데 보공나방으로 확인된 것은 800건 남짓이었다.
비·따뜻한 겨울·북서풍…연구진이 꼽는 가설
보공나방은 호주 내륙 평원에서 자란 뒤 해마다 봄이면 최대 1000㎞를 날아 스노위산맥 등 호주알프스의 서늘한 바위틈으로 모여 여름을 난다. 연구자들은 올해 출현이 두드러진 이유로 NSW 북부에 비가 많이 와 애벌레 먹이가 풍부했던 점, 따뜻한 겨울로 꽃이 일찍 핀 점, 이동을 돕는 북서풍을 꼽는다. 다만 이는 아직 검증된 결론이 아닌 가설 단계다.
강한 바람이 나방을 평소 경로에서 밀어내 도심 목격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시드니대 생물학자 디터 호컬리는 ABC에 "멸종위기종이면서도 수십억 마리가 있을 수 있는, 복잡한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연구진은 이동 기간 동안 가능하면 실외 조명을 끄고, 목격한 나방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기' 등재와 '자료 부족' 판정 사이
보공나방은 2017~2019년 가뭄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고, 여러 보도에 따르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99.5% 감소 추정치를 근거로 2021년 이 종을 적색목록 '위기(EN)' 등급에 올렸다. 산 정상부에서 겨울잠을 깬 뒤 보공나방을 주식으로 삼는 '위급(CR)' 등급 유대류 마운틴피그미포섬에게는 먹이 공급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 호주 연방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2025년 2월 효력이 생긴 연방 멸종위기종 과학위원회의 지정 권고문은 보공나방을 '자료 부족'으로 판정해 환경보호·생물다양성보전법(EPBC)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권고문은 2017~2019년 급감 이후 개체수가 이전의 절반 가량 또는 그 이상까지 회복했다고 보면서도, 전체 개체수와 이동 경로, 감소 원인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목격 증가가 곧 회복은 아니다"
연구자들도 신중하다. 웨스턴시드니대 곤충학자 엘리너 드링크워터 박사는 SBS에 올해 상황을 '희망의 이야기'로 표현하면서도 여전히 멸종위기종이며 위기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목격 신고는 바람에 따른 경로 변화나 시민 참여 증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개체수 변화를 그대로 보여 주는 지표는 아니다.
개체수 추적 연구도 진행 중이다. ABC에 따르면 드링크워터 박사 연구팀은 올해 2월 호주알프스에서 보공나방 1만4000여 마리에 표지를 달았지만, 설치한 빛 트랩 50곳에서 표지 개체를 한 마리도 다시 잡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를 개체수가 예상보다 많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보고, 시민 목격 기록과 인공지능 카메라 영상을 날씨 자료와 결합해 이동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 출처: 호주 ABC, SBS, 데일리 오스, 호주 연방 기후변화·에너지·환경·수자원부(멸종위기종 과학위원회 지정 권고문)
참고 자료
- Endangered bogong moths swarming into homes across NSW — ABC News(2026-09-28)
- 'A story of hope': Bogong Moths swarming the east coast are exciting … — SBS News(2026-09-28)
- Bogong moths blown off course into Sydney and Victoria — The Daily Aus(2026-09-28)
- Scientists optimistic despite losing 14,000 tagged bogong moths … — ABC News(2026-09-06)
- Listing Advice for Agrotis infusa (Bogong moth) — 호주 연방정부 멸종위기종 과학위원회(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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