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 많은 식단에도 야생 새들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
당도가 높은 과일이나 꽃꿀을 주식으로 삼는 야생동물들은 왜 인간처럼 당뇨병이나 비만 문제로 고생하지 않을까. 최근 발표된 연구와 진화생물학적 관점을 통해 야생동물의 신진대사와 노화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유전적 적응과 끊임없는 활동량이 만든 대사 능력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대학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진은 꽃꿀을 주로 먹는 새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의 벌새나 아프리카의 꿀목이새처럼 지역은 다르지만 꿀을 빨아먹는 유사한 생활 양식을 가진 새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높은 당분 섭취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천 교수는 '최재천의 아마존' 영상에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유전적 적응과 높은 활동량에서 찾았다. 새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진화의 역사 내내 신진대사율에 관여하는 유전자 자체가 변화하며 고당도 식단에 적응해 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과일을 주로 먹고 사는 자바 김파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야생 영장류 역시 당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먹지만, 당뇨로 고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새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상에서는 벌새가 꽃에 들어가기 직전 공중에서 정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수행하는 '호버링(hovering)' 동작을 예로 들었다. 제자리에서 날개를 거꾸로 돌리며 버티는 이 동작은 단순히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극한의 운동이다. 이처럼 매 순간 엄청난 운동량을 요구하는 환경이 높은 당 섭취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자보다 오래 사는 새, 노화 연구의 핵심 모델
높은 신진대사율과 활동량은 당뇨뿐만 아니라 노화의 속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앨버트로스나 큰 갈매기 같은 바다새들은 연구자가 처음 고리를 달아 관찰을 시작했을 당시의 젊은 학자가 사망한 후에도 여전히 알을 낳으며 생존해 있을 정도로 긴 수명을 자랑한다. 포유류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노화 과정을 겪지만, 일부 조류는 노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거나 거의 멈춰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노화 연구자들이 새를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움직이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는 동물들이 노화를 겪지 않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인류의 정적인 삶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인류는 농경을 시작한 약 1만 년 전을 제외하면, 지난 30만 년의 역사 대부분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보낸 '노마드(유목민)'의 삶을 살았다. 밤에도 깊은 잠을 자기보다 주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활동해야 했던 진화적 배경이 존재한다.
현대인의 건강을 위한 제언: "움직여야 산다"
현대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숲을 떠나 초원으로 나오고 농경을 시작하며 유전적으로 고당도 식단과 정적인 생활에 적응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특히 저녁 식사 후 앉아서 TV를 보거나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습관은 당 섭취와 활동량 부족이 맞물려 대사 질환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최 교수는 관절과 근육 사용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일반적인 우려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현대 의학의 결론은 '마모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근육과 관절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신체를 더 튼튼하게 만들고 활성화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릎 건강을 우려해 걷기 위주로 운동하던 중 의사와 상의하여 적당한 수준의 달리기를 병행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야생동물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박쥐나 새들이 노화와 당뇨로부터 자유로운 이유는 그들의 삶 자체가 '움직임'을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편안한 의자와 침대, 정적인 생활 환경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체를 끊임없이 활용하는 활동적인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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