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숲 올빼미 3분의 1 몸속에 쥐약…美 캘리포니아 규제 뒤 노출률 50%→20%로 줄었지만 '대체 독극물' 늘어
도시와 농경지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북서부 숲에 사는 올빼미 3마리 중 1마리꼴로 몸속에서 쥐약 성분이 나왔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인테그럴생태연구센터(IERC) 연구진은 2019~2025년 이 지역에서 확보한 줄무늬올빼미(Barred Owl) 1003마리의 간 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실었다고 9월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에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담겼다. 캘리포니아가 독성이 강한 쥐약을 단계적으로 묶은 뒤 어린 올빼미의 노출률은 뚜렷하게 내려갔다. 반면 규제를 피한 다른 계열의 쥐약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듯한 신호도 함께 잡혔다.
'건강한' 올빼미를 조사했다는 점이 핵심
야생동물의 쥐약 오염 조사는 대개 죽은 채 발견되거나 구조센터에 들어온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표본은 이미 중독됐거나 병든 개체가 많아 실제보다 오염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 연구의 표본은 성격이 다르다. 줄무늬올빼미는 원래 북미 동부에 살던 종인데, 20세기 들어 서부로 퍼지며 멸종위기에 놓인 북부점박이올빼미의 서식지와 먹이를 빼앗고 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국(USFWS)은 2024년 8월 점박이올빼미 보호를 위해 줄무늬올빼미를 제거하는 관리 전략을 확정했고, 연구진은 이렇게 제거된 개체의 간을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비텍 이리네츠(Vitek Jirinec) IERC 연구원은 과학 전문매체 어스닷컴에 "우리 올빼미들은 평소처럼 살아가던 겉보기에 건강한 새들이었다"며 "개체군 안에 무엇이 돌고 있는지 훨씬 실제에 가깝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숫자로 본 오염 실태
| 항목 | 수치 |
|---|---|
| 분석한 올빼미 (2019~2025년) | 1003마리 |
| 항응고성 쥐약 검출 (지역 분석 표본 837마리 기준) | 35.7% |
| └ 브로디파쿰 | 30.6% |
| └ 브로마디올론 | 14.2% |
| 콜레칼시페롤(비타민D3 계열) 검출 | 18.5% |
| 한 가지 이상 쥐약 성분 검출 (IERC 발표) | 46% |
| 어린 올빼미 항응고제 노출률 (모델 추정) | 2019년 약 50% → 2024년 약 20% |
가장 많이 나온 브로디파쿰과 브로마디올론은 '2세대 항응고성 쥐약'으로 분류된다. 한 번만 먹어도 치명적이고 몸속에 오래 남아, 중독된 쥐를 잡아먹은 포식자에게 그대로 옮겨 간다. 연구진은 나이 든 개체일수록, 또 암컷에서 노출이 높게 나타났다며 먹이사슬을 따라 독성 물질이 쌓이는 양상과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어스닷컴에 따르면 어린 개체의 검출률은 18%, 성체는 42%였다.
규제는 효과가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2014년 2세대 항응고성 쥐약을 일반 소비자가 살 수 없는 '제한 물질'로 묶은 데 이어, 2020년 AB 1788법으로 사용을 대폭 제한했다. 2023년에는 1세대 쥐약인 디파시논을 사용 중단 대상에 넣었고, 2024년 9월 서명된 AB 2552법(2025년 1월 시행)은 클로로파시논과 와파린까지 금지 범위를 넓혔다. 위반하면 하루 최대 2만5000달러의 민사 벌금이 부과된다.
연구진이 조사 기간의 흐름을 모델로 분석한 결과, 어린 올빼미의 항응고제 노출률은 2019년 약 50%에서 2024년 약 20%로 떨어졌다. 어린 새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최근의 먹이 환경을 잘 반영한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그레타 웬거트(Greta M. Wengert) IERC 공동대표는 "규제가 시행된 뒤 몇 년 만에 노출이 실제로 줄어든 것은 좋은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이 야생동물을 위한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새로운 걱정거리, 비타민D3 쥐약
하지만 항응고제 검출이 줄어드는 사이 콜레칼시페롤 검출은 늘었다. 비타민D3를 고농도로 넣은 이 쥐약은 항응고제 규제의 직접 대상이 아니어서 대체품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를 '제품 대체'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연구진은 해석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타민D3는 동물이 먹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영양소이기도 해서, 검출만으로 중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혈중 칼슘 수치 이상 같은 추가 증거가 있어야 실제 독성 피해를 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딴 숲까지 쥐약은 어떻게 들어왔나
오염 경로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가정용 제품 구입과 불법 사용, 공유지 안의 불법 대마 재배지에서 쓰인 쥐약의 잔류물,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무단 경작지 등을 가능한 경로로 꼽았다. 이번 연구는 이 경로들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가리지 못했다.
연구진은 줄무늬올빼미의 오염이 같은 숲에서 쥐를 더 많이 먹는 북부점박이올빼미에게는 더 큰 위험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국은 북부점박이올빼미를 멸종위기종보호법상 '위협' 종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서식지 감소와 줄무늬올빼미와의 경쟁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고 밝혀 왔다. 제거 대상인 올빼미가 보호 대상 올빼미의 건강을 알려 주는 '감시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쥐약에 의한 맹금류 2차 중독은 여러 차례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는 강한 독성 물질을 규제하면 몇 년 안에 야생동물의 몸에서 효과가 확인될 수 있다는 점, 동시에 규제의 빈틈을 다른 물질이 메울 수 있어 꾸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준다.
※ 출처: Jirinec 외, 'Forest food web contamination by rodenticides is pervasive but responsive to regulation: Insights from Barred Owl biomonitoring', Environmental Pollution(2026, DOI 10.1016/j.envpol.2026.129205), 인테그럴생태연구센터(IERC) 보도자료, 미국 어류·야생동물국, 캘리포니아 주의회 법안 자료
참고 자료
- Forest food web contamination by rodenticides is pervasive but responsive to regulation: Insights from Barred Owl biomonitoring — Environmental Pollution(2026)
- Local Research on Culled Barred Owls Shows That Bans on the Nastiest Rodenticides Are Working — Lost Coast Outpost(2026.9.28)
- Rat poison is showing up in owls far from cities — Earth.com(2026.9.29)
- Strategy to Manage Invasive Barred Owls to Protect Imperiled Spotted Owls — 미국 어류·야생동물국(2024.8.28)
- AB 2552: Pesticides: anticoagulant rodenticides — CalMatters Digital Democracy
- Poison-Free Wildlife Act (California) — Animal Legal Defense 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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