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령 사향노루 20여 마리 추정, 흔적 추적으로 만난 야생의 기록
푸른 하늘 아래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줄기와 가지의 모습.
야생동물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들이 남긴 발자국, 배설물, 나무에 남긴 발톱 자국 등은 생생한 생존의 기록을 담고 있다. KBS 'UHD환경스페셜-16편 최현명의 야생동물記'(2021년 6월 24일 방송) 영상에 따르면, 야생동물연구가 최현명 씨는 이러한 흔적을 추적하며 '한반도 야생동물도감'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눈 위 발자국과 나무 흔적에 담긴 동물의 일상
겨울은 야생동물의 흔적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소복이 쌓인 눈 위로 동물의 움직임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현명 씨는 강원도 해산령 인근에서 노루의 흔적을 발견했다. 눈 위에 남은 노루의 발자국은 발굽 사이의 폭이 좁았는데, 이는 노루가 매우 천천히 안정적으로 걸어갔음을 의미한다. 또한, 노루가 눈을 앞발로 파헤친 흔적을 통해 이들이 도토리를 찾아 먹었음을 알 수 있었다. 멧돼지의 경우, 송진을 얻기 위해 잣나무를 이빨로 물어뜯은 흔적을 남기기도 하며, 진흙 목욕 후에는 송진이 흐르는 나무에 몸을 비벼 영역을 표시하거나 가려운 곳을 긁고 기생충을 제거한다. 영상에서는 껍질이 벗겨진 나뭇가지를 보고 세 갈래 뿔을 가진 노루가 뿔을 관리하기 위해 표피를 벗겨낸 흔적임을 알아맞히는 모습도 담겼다.
수달 가족의 흔적과 생존 전략
강가 바위 위에서 발견되는 배설물은 수달의 존재를 알리는 '명함'과 같다. 수달은 자신의 영역 곳곳에 똥을 남겨 존재를 표시한다. 영상에서는 얼음 밑에서 수달이 숨을 내쉰 흔적을 추적하여 수달 가족을 만나는 과정을 담았다. 수달은 하루에 1kg 이상을 섭취하는 대식가로, 특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겨울철에는 끊임없이 물고기를 사냥한다. 아직 수영도 사냥 실력도 서툰 새끼 수달들은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기도 하며, 태어난 지 1년 정도가 되면 독립을 한다. 최현명 씨는 20년 넘게 야생을 떠돌며 수집한 멧돼지 배설물, 표범 똥, 사슴을 잡아먹은 흔적이 남은 털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동물의 생태를 연구해 왔다.
멸종위기종 사향노루를 향한 마지막 페이지
최현명 씨의 연구와 꿈의 마지막 목표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사향노루를 만나는 것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했으나, 현재는 강원도 화천 해산령을 포함한 DMZ 일원에 약 20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는 사향노루의 흔적을 찾기 위해 강원도 화천 해산령을 찾아 잠복 관찰을 시도한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늑대를 찾기 위해 몽골과 네이멍구를 누볐던 열정을 바탕으로, 사향노루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가 만들고자 하는 '한반도 야생동물도감'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꿈은 고라니나 너구리 등 특정 종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책 한 권만 펼치면 해당 종의 모든 흔적과 습성, 식성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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