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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수컷끼리 모이는 새들의 '레크', 암컷의 결정 장애를 노린 전략일까

비슷비슷한 소리가 한꺼번에 들리면 암컷 청개구리의 선택이 늦어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현상이 실험실에서 관찰됐습니다.

비슷한 수컷끼리 모이는 새들의 '레크', 암컷의 결정 장애를 노린 전략일까
▲ 안경을 쓴 남성이 실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하기 힘들어지는 현상이 동물에게서도 관찰된다는 이야기가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소개됐습니다. 영상에서 최재천은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선택 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행복한 고민이라고 답하며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한국 유학생 총각은 스무 명쯤 있었는데 여성은 딱 한 명이어서 자신은 20대 1의 경쟁을 뚫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너무 선택지가 많으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것은 누구에게나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청개구리 실험으로 확인한 '선택 과다 현상'

그가 소개한 연구는 청개구리를 연구한 테네시 대학 연구진의 결과입니다. 연구 대상은 미국 동부 지역에 아주 흔하게 사는 청개구리입니다. 연구진은 각각의 개구리가 내는 소리를 따로 녹음한 뒤 방에 암컷 한 마리를 두고 두 수컷 개구리의 소리를 좌우에서 들려줬습니다. 암컷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를 보고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비슷비슷한 소리가 여러 개 한꺼번에 들리면 암컷이 선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부는 거의 선택을 포기하는 현상까지 실험실에서 관찰됐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선택하기 힘들어지는 이 현상을 영어로는 초이스 오버로드(choice overload), 우리말로는 선택 과다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그 효과를 개구리 실험으로 재미있게 찾아낸 것이라며 인간에게도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슷한 수컷끼리 모이는 새들의 '레크'

그는 아직 발표하지 못한 논문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하던 시절 곤충을 연구하던 그는 수업 토론을 계기로 새의 번식 행동에 빠져 반년가량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보스턴 시내 어떤 골목에 구두 가게만 여러 개 모여 있는 이유가 궁금해 경제학과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찾아갔지만 답을 얻지 못했고, 지하에 가 보라는 말을 듣고 건물 지하의 경제학 도서관에서 몇 달 동안 경제학 책 수백 권을 뒤졌다고 전했습니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렉(lek), 곧 '레크'라고 부르는 새들의 번식 행동입니다. 먼저 수컷들이 번식지에 날아들어 몸싸움을 한 뒤 작은 영역을 확보하고, 하루 이틀 뒤 암컷들이 언덕을 넘어 떼로 몰려오면 수컷들은 자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표현하는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암컷들은 돌아다니며 제일 마음에 드는 수컷과 짝짓기를 한 뒤 날아가 혼자 알을 낳고 혼자 키웁니다. 새들은 대개 수컷도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종의 수컷은 양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의 결론은 암컷들이 최고로 좋은 유전자를 고르기 위해 수컷의 춤을 보며 누구의 유전자가 제일 좋은지 판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레크가 암컷들이 결정하기 힘들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봅니다. 비슷비슷한 수컷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암컷의 결정 장애 때문에 별로 잘나지 않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수컷 새들은 시즌 초반 여러 레크를 옮겨 다니는데, 시즌이 끝날 때 수컷들의 무게를 재 보니 한 레크 안의 수컷들이 다 비슷비슷했습니다. 그는 지나치게 물이 좋은 클럽에 별 볼 일 없는 남자는 못 가듯, 수컷들이 자신에게 승산이 있을 것 같은 레크에 참여하게 된다고 비유했습니다.

예전 서울 을지로와 청계천 사이 광교에 양복점들이 모여 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습니다. 손님마다 자기가 다니는 양복점만 잘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비교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래서 모여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처녀 총각들이 퇴근 후 술 한잔하며 서로를 쳐다보는 싱글 스폿(single spot)에 원빈, 현빈과 함께 갈 이유가 없다는 농담도 같은 설명입니다.

표현형으로 가늠하는 유전자, 목숨 건 구애

그는 암컷들이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유전자형(genotype)이지만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표현형(phenotype)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표현형을 가지고 유전자형의 탁월함을 유추해야 하다 보니 수컷들의 구애 행위가 진화했고, 암컷들은 노래나 춤 같은 능력치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수컷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진화적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유전자는 별 볼 일 없어도 온갖 방법으로 사기를 쳐 암컷을 유혹하려는 수컷도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사기 치는 수컷이 성공하는 것보다 진짜 탁월한 수컷이 성공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보니 실수하는 암컷도 많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다양한 유전자가 후세에 남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 그의 예측입니다.

구애가 목숨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그가 예로 든 개구리는 소리를 낼 때 끝음을 길게 뽑는 수컷을 암컷들이 선호하는 종입니다. 끝음을 길게 뽑으려면 체격이 좋고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에 끄는 소리를 두 개, 세 개, 네 개까지 이어 낼 수 있는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는데,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박쥐는 앞부분 소리는 거의 못 듣지만 끝에 길게 뽑는 마지막 소리를 듣고 내려와 그 수컷을 잡아먹습니다. 암컷을 유혹하려면 소리를 끌어야 하고, 끌다 보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셈입니다.

그는 사람이 짝을 고르는 방식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모든 것을 분석해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가는 알고리즘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로 휴리스틱(heuristics)이라 부르는 방식입니다. 그는 휴리스틱을 자신만의 번역으로 어림법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것을 분석하다 보면 실제로 판정하기가 너무 어려워 다른 것은 다 빼고 외모처럼 한 가지만 정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는 어림법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결정해도 크게 잘못될 게 없다는 오랜 과정을 거쳐 내리는 것이며, 자신의 경험에서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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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서
FAM타임스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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