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야생동물·생태
야생동물·생태

코끼리 '합창'에도 뜻이 있다…케냐 암보셀리 36년 녹음 902건 AI 분석

비영리 연구단체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와 케냐 암보셀리 코끼리연구프로젝트, 엘리펀트보이스 공동 연구진이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코끼리 여러 마리가 동시에 내는 '합창 울음'도 인사·이동 같은 행동 맥락 정보를 담고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1986~2022년 녹음한 럼블 902건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한 결과다.

코끼리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겹쳐 내는 낮은 울음소리, 이른바 '합창'도 무질서한 소음이 아니라 지금 무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려 주는 신호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영리 연구단체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Earth Species Project)와 케냐 암보셀리 코끼리연구프로젝트, 코끼리 행동 연구단체 엘리펀트보이스 공동 연구진은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 아프리카코끼리의 울음 902건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케냐 암보셀리 초원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아프리카코끼리 무리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아프리카코끼리 무리. 자료사진으로, 기사 속 연구에 녹음된 개체는 아니다. 사진: Raini4 / Flickr(퍼블릭 도메인)

'우르릉' 낮은 울음, 절반 넘게 겹쳐서 난다

코끼리는 사람 귀에 '우르릉'처럼 들리는 낮은 주파수의 울음, 곧 '럼블(rumble)'로 소통한다. 럼블은 한 마리가 따로 내기도 하고, 서로 번갈아 주고받기도 하며, 여러 마리가 동시에 겹쳐 내기도 한다.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는 연구 소개 글에서 코끼리 럼블의 약 60%가 이렇게 겹치는 합창 형태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동물 소리 연구는 대부분 한 개체의 소리만 따로 떼어 분석하는 데 집중해 왔다. 여러 목소리가 뒤섞인 합창은 누가 어떤 소리를 냈는지 가려내기 어려워 분석에서 빠지기 일쑤였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대부분의 연구가 겹치지 않는 신호에 집중하고 합창은 다루지 않았다"며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36년 치 녹음, 한 가족 집중 추적

분석 재료는 1986~1990년, 1998~2009년, 2020년, 2022년에 암보셀리에서 녹음한 성체 암컷의 럼블이다. 연구진은 같은 개체의 소리를 반복해서 확보하려고 'EB'로 불리는 한 가족(28마리,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는 '에코의 가족'으로 소개)을 집중적으로 녹음했고, 비교를 위해 다른 39개 가족의 소리도 함께 썼다.

분석에 쓴 코끼리 럼블 녹음 구성(단위: 건)
구분단독 울음합창 울음계
EB(에코) 가족319285604
다른 39개 가족150148298
합계469433902

행동 맥락은 여섯 가지로 나눴다. 흩어진 가족을 찾는 '연락' 럼블, 무리를 움직이려는 '이제 가자(Let's-Go)' 럼블, 집단 이동을 조율할 때 일정한 박자로 내는 '박자(cadenced)' 럼블이 이동·조율 계열이고, 짧게 주고받는 '쿠(coo)' 럼블과 '작은 인사', '인사' 럼블이 친교 계열이다.

합창만 듣고도 상황 구별…우연 기준의 최대 2.5배

연구진은 소리를 개체별로 분리하지 않은 채 합창 녹음 자체를 기계학습 모델에 넣어 어떤 상황에서 난 소리인지 맞히게 했다. 그 결과 단독 울음과 합창 울음 모두에서 모델의 정밀도가 무작위로 찍었을 때의 기준값보다 높았다. EB 가족 단독 울음의 정밀도는 0.47로 기준값 0.19의 약 2.5배였고, 합창 울음은 0.37로 기준값 0.21보다 높았다.

코끼리 울음만 듣고 행동 맥락을 맞힌 AI 모델의 정밀도와 우연 기준값 비교. FAM타임스 자체 제작 모션 그래프. 자료: Mahon 외, Scientific Reports(2026년 10월 1일 게재)
행동 맥락 예측 정밀도: AI 모델 대 우연 기준(0~1)
녹음 구분AI 모델우연 기준
EB 가족 단독 울음0.470.19
EB 가족 합창 울음0.370.21
다른 39가족 단독 울음0.450.25
다른 39가족 합창 울음0.310.25

연구진은 또 합창 속 개별 울음이 같은 상황에서 단독으로 낸 울음과 구조가 닮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상황에 맞는 '단어'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 신호를 이룬다는 해석이다.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는 "겹치는 럼블은 개별 울음을 무작위로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무리 전체에 걸쳐 의미 있는 정보를 담은 조직적이고 조율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인사할 때·이동할 때 목소리 닮아가

또 하나의 발견은 '음향 수렴'이다. 여섯 가지 상황 가운데 연락, 박자, 인사 럼블 세 가지에서는 합창하는 코끼리들의 소리가 서로 비슷해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럼블을 주고받을 때 빠르게 목소리가 수렴하는 것의 주된 기능은 이동 같은 실무적 조율을 돕는 것일 수 있다"고 적었다.

가족마다 같은 상황의 럼블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런 가족 간 차이가 개체마다 다른 목소리 특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코끼리에게 무슨 뜻인지는 아직 열린 질문"

연구진은 한계도 분명히 밝혔다. 정밀도 0.3~0.4대는 우연보다 낫다는 뜻이지 코끼리 말을 '번역'할 수준은 아니다. 녹음이 EB 가족에 몰려 있어 자료가 불균형하고, 합창 속에서 누가 울었는지는 10년 이상 경력의 관찰자가 현장에서 판단했지만 관찰자 간 일치도는 따로 검증하지 않았다. 행동 맥락도 한 명의 관찰자가 정했다.

무엇보다 녹음을 코끼리에게 다시 들려주고 반응을 보는 '재생 실험'이 없었다. 연구진은 앞으로 여러 가족에서 고르게 자료를 모으고, 수렴한 합창과 그렇지 않은 합창에 코끼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재생 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 역시 이 현상이 "코끼리에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름 부르기' 연구 이어 '무리의 목소리'로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이클 파르도 박사는 2024년 6월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아프리카코끼리가 특정 개체를 부를 때 그 개체에게만 쓰는 '이름 같은' 울음을 낸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울음의 음향 구조만으로 누구를 부르는지 우연보다 잘 예측했고, 자신을 부른 녹음에 코끼리가 더 강하게 반응하는 재생 실험 결과도 내놨다. 이번 연구는 개별 울음을 넘어 '무리의 목소리'로 분석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암보셀리 코끼리연구프로젝트는 1972년 신시아 모스가 시작한 연구로, 운영 단체인 암보셀리코끼리신탁에 따르면 지금까지 3,500마리 넘는 코끼리를 기록한 '가장 오래 이어진 야생 코끼리 연구'다. 이번 분석이 가능했던 것도 수십 년 동안 개체와 가족을 구별해 녹음해 온 장기 자료 덕분이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보전 측면에서도 사정이 좋지 않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21년 3월 아프리카코끼리를 두 종으로 나눠 평가하면서 사바나코끼리를 '위기(EN)', 둥근귀코끼리(숲코끼리)를 '위급(CR)'으로 올렸다. IUCN은 사바나코끼리가 50년 동안 최소 60%, 둥근귀코끼리가 31년 동안 86% 넘게 줄었다고 밝혔고, 주된 원인으로 2008년 이후 늘어난 밀렵과 서식지의 농경지 전환을 꼽았다.

참고 자료

#아프리카코끼리 #코끼리 의사소통 #럼블 #암보셀리 #기계학습 #동물 언어 #어스스피시스프로젝트 #사이언티픽 리포트 #생물음향학
저작권자 © FAM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박
박문선
FAM타임스 · 기자
FAM타임스에서 연예·방송 관련 기사를 작성합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 ›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FAM타임스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