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선 작가, 캔버스 뒷면 드러내는 설치로 회화의 시작과 끝 보여준다
전현선 작가가 캔버스 뒷면을 드러내는 설치 작업과 암벽 등반의 원리를 이용한 회화 작업을 통해 대상의 온전한 이해와 이미지의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올해의 작가상 2026' 후보인 전현선 작가가 캔버스의 앞면이 아닌 뒷면을 드러내는 설치 작업을 통해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전 작가는 2026년 7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작 회화와 조각, 영상, 그리고 캔버스 뒷면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암벽 등반의 과정과 닮은 회화, '토끼도 구를 두 개 판다'
전현선 작가의 신작 '토끼도 구를 두 개 판다'는 같은 크기의 캔버스 30점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화면을 구성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벽면에서 약 15도 정도 앞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설치되어 관람객에게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 작업의 아이디어를 암벽 등반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작가는 등반가가 암벽 앞에서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출발점으로 삼아 주어진 돌들을 하나씩 선택하며 올라가는 과정이 자신의 회화 작업 및 전시 방식과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화면 속에 놓인 요소들의 역할이나 의미를 고정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가능태'로 존재하도록 두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커다란 그림과 같으며, 관람객이 화면 속의 틈과 간격을 통해 다양한 길을 다니며 각자만의 이미지 모음집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캔버스 뒷면을 드러내는 '보이지 않는 그림'의 의미
전시 공간 중 하나에는 캔버스 뒷면을 서로 연결해 원통형으로 만든 뒤 공중에 띄운 설치 작업인 '보이지 않는 그림'이 전시된다. 이 작업은 대상의 일부분만을 보고 전체라고 믿어버리는 인간의 인식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가장 친숙한 매체인 캔버스를 다루며, 앞면을 그리느라 잊혀지는 뒷면에 주목했다.
작가는 캔버스의 뒷면이 그림의 시작(캔버스를 짜는 과정)과 끝(사인을 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캔버스의 앞면을 감추고 뒷면을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대상의 온전한 모습을 탐구하고자 했다.
'뿔'의 등장과 전묘(點描)를 통한 이미지의 기록
전현선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2010년경부터 나타난 '뿔'이라는 형태의 등장이다. 초기에는 고전 동화나 신화 등을 재구성했으나, 삼각형이나 원뿔 형태인 '뿔'이 등장하면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한 것들을 회화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뿔'은 화면 속에서 파편화되거나 사라지기도 했지만, 추상과 구상, 상상과 현실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을 하나의 화면에 공존하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리기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초기에는 빈 캔버스에 말을 걸기 위해 끝이 망가진 붓으로 화면을 두드리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현재는 디지털 이미지와 인터넷 시각 환경의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전묘(점묘)' 방식을 사용한다. 작가는 매끈한 이미지 대신 망가지고 깨진 정보를 담기 위해 전묘를 선택했으며, 이를 통해 이미지의 해상도는 낮아지더라도 시간과 경험의 해상도는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작가는 신체 사이즈를 넘어서는 거대한 화면을 설치함으로써 관람객이 익숙한 학습이나 교육에 의한 시각이 아닌, 몸을 움직이며 이미지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동물적인 시각'을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번 신작 회화의 제목들은 각각 문장 형태로 지어졌으며, 30점의 작품이 모여 하나의 산문시를 이루도록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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