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토로 빚은 불상부터 흑자까지, 6인 작가가 재해석한 '낯선 전통'
옹기토로 빚은 불상부터 흑자의 다채로운 색채까지,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6인 작가의 도자 작품을 경기도자비엔날레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도자라고 하면 흔히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떠올리지만, 우리 역사 속에는 한 시대를 대표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한 다양한 도자 형태가 존재해 왔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열리는 특별전 《낯선 전통: Tradition, Revisited》는 익숙한 전통을 낯선 모습으로 재구성한 여섯 명의 작가를 통해 한국 도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옹기토로 빚은 불상과 토기의 현대적 재해석
전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도자의 형태를 깨뜨리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정영락 작가는 장독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옹기토를 활용해 전혀 다른 형태를 선보인다. 철분과 모래가 섞인 옹기토를 발물레로 빚고 장작 가마에서 구워낸 그의 작품 중에는 까맣고 거친 흙빛을 띤 작은 불상이 있다. 이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불성에 대한 기억을 30년 넘게 다뤄온 옹기토와 결합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에서 공부한 김호정 작가는 수천 년 전의 비살문 토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다. 하지만 옛 토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서로 다른 흙과 색을 섞거나 흙을 판처럼 만들어 이어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작고 둥근 그릇부터 길쭉하게 솟은 원통형에 이르기까지, 전통의 형태를 현대적인 색채와 결합한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지역별 흙의 성분이 만든 흑자의 색채와 분청의 필치
검은 도자의 깊이를 탐구하는 김시영 작가는 '화염의 연금술사'라 불릴 만큼 다채로운 흑자를 선보인다. 같은 검은색처럼 보여도 작품마다 색이 다른 이유는 작가가 사용하는 흙의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 가져온 흙은 고온의 가마 속에서 불을 만날 때 서로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깊은 검은빛부터 갈색, 붉은빛이 감도는 미묘한 색차를 만들어낸다.
분청사기의 매력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방식도 상이하다. 50년 넘게 철화분청을 작업해온 이수종 작가는 하얀 흙을 입힌 도자 위에 철 성분 안료로 그림을 그린다. 정해진 무늬를 반복하기보다 검은 붓질을 강하게 남기거나 넓게 비워두는 방식을 통해 도자 표면에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반면 1992년생 젊은 도예가 정영유 작가는 거친 붓을 사용하는 '귀할' 방식을 사용한다. 붓의 속도와 힘에 따라 흰 흙이 두껍게 남거나 흑빛이 드러나게 하여, 마치 비바람에 깎인 바위처럼 자연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물레의 변주로 구현한 다양한 기형의 세계
이인진 작가는 50년 가까이 물레 작업을 이어오며 도자의 형태(기형)가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레 위에서 손의 힘과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절함에 따라 높이, 폭, 비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고 높게 솟은 형태부터 낮고 넓게 퍼진 형태까지, 우리가 흔히 아는 병이나 항아리의 범주를 넘어선 다채로운 기형을 선보이며 물레 작업의 확장성을 증명한다.
이번 특별전은 작가별로 독립된 공간에서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시는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과 서울 북촌의 한옥 갤러리 지우헌 두 곳에서 진행된다. 관람객은 미술관의 공간감과 한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 차이를 통해 같은 작가의 작품이 어떻게 다르게 다가오는지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정보]
■ 전시명: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 특별전 《낯선 전통: Tradition, Revisited》
■ 참여 작가: 김시영, 김호정, 이수종, 이인진, 정영락, 정영유
■ 전시 장소 및 기간:
- 경기생활도자미술관: 2026년 9월 18일(금) ~ 11월 1일(일)
- 갤러리 지우헌: 2026년 9월 16일(수) ~ 10월 17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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