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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상처용 멸균 용액에 곰팡이…관절 주사 맞은 말 100마리 가까이 감염, 최소 20마리 안락사

개·고양이·말의 상처에 바르는 외용 제품 '네오젠벳 하이코트'가 곰팡이 5종에 오염된 채 유통돼, 이를 관절에 주사받은 말 95건 이상이 감염되고 최소 20마리가 안락사됐다. 미국 FDA는 제조사 네오젠과 위탁 생산업체 시아라 에어로메드에 보낸 경고장을 29일(현지시간) 공개하고 비위생적 생산 조건과 부정 표시를 지적했다.

개·고양이·말의 상처에 바르도록 만든 미국의 동물용 멸균 용액이 곰팡이에 오염된 채 유통돼, 이를 관절에 주사받은 말 100마리 가까이가 심각한 관절 감염을 일으킨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조사 네오젠(Neogen)과 위탁 생산업체 시아라 에어로메드(Sciarra Aeromed)에 경고장을 보냈고, 이를 2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미국수의사회(AVMA) 뉴스에 따르면 감염된 말 가운데 적어도 20마리는 치료에 실패해 안락사됐다.

문제의 제품은 히알루론산나트륨 멸균 용액 '네오젠벳 하이코트(Neogen Vet HYCOAT)'다. FDA는 네오젠에 보낸 경고장에서 이번 사례를 "FDA가 규제하는 동물용 의료 제품 가운데 제품 품질 결함과 관련된 말 사망으로는 가장 많은 수"라고 규정했다.

'멸균' 표시 제품에서 곰팡이 5종

경고장에 따르면 FDA가 하이코트 로트 5A001을 검사한 결과 멸균 제품이라는 표시와 달리 살아 있는 곰팡이 5종이 검출됐다. 퍼퓨레오실리움 릴라시눔(Purpureocillium lilacinum), 파라이사리아 헤테로포다(Paraisaria heteropoda), 곤그로넬라 라크리스포라(Gongronella lacrispora), 퍼퓨레오실리움 소다눔(Purpureocillium sodanum), 이사리아 타카미주사넨시스(Isaria takamizusanensis)다.

이 가운데 퍼퓨레오실리움 릴라시눔은 항진균제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의학 전문매체 dvm360은 FDA가 이 곰팡이에 대해 치료가 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관절 안에 들어간 곰팡이는 감염과 조직 파괴, 전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농장에서 수의사가 말의 목에서 채혈하며 건강검진을 하는 모습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농장에서 수의사가 말을 검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자료사진(2025년 4월 촬영, USDA 사진 Christophe Paul) · 사진: USDAgov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바르는 약을 '관절 주사'로…라벨엔 경고 없어

하이코트는 원래 개·고양이·말의 수술 상처나 화상 부위에 바르는 외용 제품이다. 그런데 AVMA 뉴스에 따르면 이 제품은 주사제처럼 보이는 2mL 유리 바이알에 고무마개(셉텀)를 씌운 형태로 포장돼 있었다. 2025년 말부터 일부 수의사가 이를 말의 관절에 주사하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FDA는 이런 사용법이 라벨에 표시된 용법을 벗어난 '오프라벨' 사용이지만, 실제 수의 진료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라고 파악했다. 그러면서 경고장에서 "라벨에는 이런 사용과 관련한 제한이나 경고, 금기 사항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FDA는 또 적절한 사용 지침이 없고 멸균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표시했다며 이 제품을 '부정 표시(misbranding)' 제품으로 봤다.

곰팡이 스며든 '창고 속 클린룸'

FDA는 올해 2월 9~25일 뉴욕주 카멀에 있는 시아라 에어로메드의 생산시설을 점검했다. 시아라 에어로메드에 보낸 경고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무균 작업 구역(ISO 5·7 등급)을 청소할 때 포자까지 죽이는 살포자제를 쓰지 않았다. 작업 구역의 미생물을 채취하는 환경 모니터링과 작업자 장갑·작업복 검사도 하지 않았다.

공기 흐름이 오염을 막는지 확인하는 '스모크 스터디'도 실제 작업 조건에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룸이 들어선 공간은 낡은 창고 건물로, 해충이 드나들 수 있는 틈과 물이 샌 흔적이 있었다고 FDA는 밝혔다. FDA는 이를 멸균 제품을 비위생적인 조건에서 만든 '심각한 위반'으로 판단했다.

동물용 상처 치료제 하이코트 곰팡이 오염 사건 경과(2025년 말~2026년 9월)
동물용 상처 치료제 하이코트 곰팡이 오염 사건 경과(2025년 말~2026년 9월)

리콜 대상과 피해 규모

AVMA 뉴스에 따르면 네오젠은 FDA 검사로 오염이 확인된 뒤인 1월 28일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FDA에 게시된 리콜 공지를 보면 대상은 2mL(20mg) 바이알 24개 로트와 10mL(50mg) 바이알 4개 로트다. 제품은 미국 전역의 동물 의약품 유통업체와 수의사에게 공급됐으며, 네오젠은 사용을 중단하고 제품을 격리한 뒤 반품하라고 안내했다.

하이코트 오염 사건 주요 수치(FDA·AVMA 자료)
항목내용
관련 감염 사례(말)95건 이상(FDA 경고장), '100마리 가까이'(AVMA)
안락사된 말최소 20마리(AVMA 뉴스)
검출된 곰팡이5종(로트 5A001 검사)
리콜 로트2mL 바이알 24개, 10mL 바이알 4개
표시 대상 동물개·고양이·말(외용)
시정 계획 제출 기한경고장 수령 후 영업일 15일

FDA는 네오젠에 경고장을 받은 날부터 영업일 기준 15일 안에 구체적인 시정 조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추가 법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네오젠이 이번 경고장에 대해 내놓은 공식 입장은 기사 작성 시점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금융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네오젠 주가는 29일 장중 5% 안팎 떨어졌다.

개·고양이 보호자에게 주는 교훈

이번 피해는 말에 집중됐지만, 이 제품은 개와 고양이에도 쓰도록 표시돼 있었다. 개·고양이 피해 사례는 FDA 자료에서 따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멸균'이라고 적힌 동물용 제품이 실제로는 오염돼 있었다는 점, 그리고 라벨과 다른 방식으로 쓰였을 때 위험이 커졌다는 점은 반려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역복을 입은 미국 농무부 수의사들이 말을 살펴보는 모습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청(APHIS) 수의사들이 해외에서 들어온 말을 검역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자료사진(USDA 사진 R. Anson Eaglin) · 사진: USDAgov / 위키미디어 공용(퍼블릭 도메인)

반려동물이 치료받을 때 어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수의사에게 묻는 것은 보호자의 정당한 권리다. 처치 후 부위가 붓거나 열이 나고 통증이 심해지는 등 이상 반응이 보이면 곧바로 동물병원에 알리는 것이 좋다. 말 관리 전문매체 에퀴매니지먼트에 따르면 FDA는 이번 조사가 수의사들이 직접 보낸 보고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하며, 제품의 승인 여부나 사용 방식과 관계없이 동물용 제품의 이상 반응을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이코트가 국내에 정식 수입·유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 직구 등으로 동물용 제품을 들여와 쓰는 경우라면 제조사와 해외 당국의 리콜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사용 전 수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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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선
FAM타임스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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