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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자음'으로 사람 말 속 단어를 가려낸다…헝가리 연구진, 사이언스 발표

헝가리 연구진이 개도 사람처럼 자음을 기준으로 말소리에서 단어를 가려낸다는 뇌파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ELTE) 동물행동학과 연구진이 개가 사람처럼 자음을 실마리로 삼아 이어지는 말소리를 단어 단위로 나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사람 외의 종에서 이런 '자음 편향'이 뇌 수준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ELTE '의사소통 신경행동학 연구실'을 이끄는 인지신경과학자 어틸러 언디치(Attila Andics) 교수가 교신저자를, 생물학자 보글라르카 모르버이(Boglárka Morvai) 박사와 심리학자 킹거 G. 토트(Kinga G. Tóth)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를 맡았다.

머리에 뇌파 측정용 전극을 붙인 반려견 '제일라'가 실험실에 엎드려 있는 모습
뇌파(EEG) 측정용 전극을 붙인 실험 참가견 '제일라(Zeila)'. 사진=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ELTE)·Sarolta Szilágyi 제공

모음은 크게 들리지만, 단어의 '뼈대'는 자음

말소리는 크게 모음과 자음으로 이뤄진다. 모음이 더 크고 잘 들리지만, 단어의 골격을 이루는 것은 대개 자음이다. 사람의 뇌는 영아기부터 자음에 더 주목해 끊김 없는 말소리 속에서 단어의 경계를 찾아내는데, 언어학에서는 이를 '자음 편향(consonant bias)'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이 던진 질문은 이 능력이 사람만의 복잡한 언어 능력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반복해서 듣는 소리의 패턴을 익히는 단순한 학습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지였다. 사람보다 진화적으로 훨씬 가까운 영장류에서도 자음 편향은 확인된 적이 없다.

세 종류 '가짜 말'을 들려주고 뇌파 측정

연구진은 사람 20명과 반려견 20마리에게 쉬지 않고 이어지는 무의미한 말소리를 들려주고 두피에 붙인 전극으로 뇌파를 기록했다. 말소리는 세 종류였다. 자음이 반복 패턴을 이뤄 세 음절짜리 '단어 뼈대'를 만드는 흐름, 반대로 모음이 반복 패턴을 이루는 흐름, 그리고 아무 패턴 없이 음절을 무작위로 나열한 대조 흐름이다.

실험 설계: 세 종류 말소리 흐름에 대한 개와 사람의 뇌 반응 비교 (ELTE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FAM타임스 재구성)
실험 설계: 세 종류 말소리 흐름에 대한 개와 사람의 뇌 반응 비교 (ELTE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FAM타임스 재구성)

분석에는 '신경 동기화' 현상을 활용했다. 뇌의 전기 활동은 귀로 들어오는 소리에서 감지한 리듬을 따라가는데, 리듬을 안정적으로 잡아낼수록 뇌 반응도 더 규칙적으로 바뀐다. 자음을 선호하는 뇌라면 자음이 단어 구조를 이룰 때 단어 리듬을 더 쉽게 따라갈 것이라는 가정이다.

개 뇌도 '자음 단어'에 박자를 맞췄다

결과는 두 종이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자음이 단어를 이루는 흐름에서 개와 사람의 뇌는 모두 단어 리듬에 맞춰 동기화했고, 그 정도는 모음 흐름이나 대조 흐름보다 강했다. 단어가 시작되고 약 400밀리초(0.4초) 뒤에는 두 종 모두에서 뚜렷한 뇌파 변화가 나타났는데, 자음 단어에서만 관찰됐다. 이 시간대는 연속된 말을 개별 단어로 나누는 과정을 반영하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대목은 성장 환경이다. 참가견 가운데에는 태어나 첫 3개월을 가정이 아닌 길거리나 보호소에서 보낸 개들도 있었는데, 이들 역시 가정에서 자란 개와 비슷한 수준의 자음 편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능력이 생애 초기 특정 시기에만 형성되는 '타고난 언어 회로' 없이도, 반복해서 듣는 말소리의 패턴 학습만으로 생길 수 있다는 근거로 해석했다.

"규칙적으로 말소리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 — 어틸러 언디치 ELTE 교수 (ELTE 보도자료)

사람과 다른 점도…개는 '음절' 단위로 듣는다

차이도 확인됐다. 사람은 효율은 떨어지지만 모음 패턴으로 만든 단어도 가려냈지만, 개는 그러지 못했다. 또 음절 리듬은 두 종 모두 뇌 반응에 나타났지만, 개별 말소리(음소) 리듬에 맞춘 동기화는 사람에게서만 보였다. 연구진은 사람이 말을 더 촘촘한 해상도로 처리하는 반면, 개에게는 음절이 가장 작은 처리 단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개가 단어의 '뜻'을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실험에 쓰인 말소리는 의미 없는 가짜 단어였고, 연구가 들여다본 것은 끊김 없는 소리 흐름을 단어 단위로 쪼개는 초기 처리 과정이다.

외부 전문가 "개는 듣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개가 오랜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에게 얼마나 맞춰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조지워싱턴대의 인지과학자 프랜시스 수비올(Francys Subiaul) 교수는 이런 경험이 아기의 뇌를 바꾸는 방식과 꽤 비슷하게 개의 뇌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듣고 있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 프랜시스 수비올 조지워싱턴대 교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다만 수비올 교수는 이 능력이 가축화의 산물인지 가리려면 말소리가 풍부한 환경에서 늑대를 키워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규모가 20마리로 작아 후속 연구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았다.

이번 연구는 유럽연구위원회(ERC),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국가뇌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 제목은 'Neural evidence that dogs segment the speech they hear with a humanlike consonant bias'(DOI: 10.1126/science.adw770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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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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