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작가, AI 생성 모델의 데이터 편향성과 '망설임'의 부재에 관한 작업 방식 설명
작업실에서 안경을 쓴 남성이 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공개한 '올해의 작가상 2026' 인터뷰 영상에서 이정우 작가는 AI 생성 모델이 가진 데이터의 통계적 특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같은 흐름을 가시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AI 모델의 데이터 학습이 만든 '격발'의 결과
이정우 작가는 AI를 활용한 작업 과정에서 겪은 기술적 한계와 데이터의 특성을 언급했다. 1946년 개봉한 영화 '자유만세'의 삭제된 장면들을 AI로 재생성하는 작업 중, 총을 쥐고 망설이는 장면을 연출하려 시도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영상 속 설명에 따르면, 프롬프트에 '망설인다'는 명령을 입력해도 AI는 총을 격발하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는 AI 생성 모델이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미지를 추론하는 과정에서, 총을 쏘지 않고 기다리는 데이터보다 총을 격발하는 데이터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한, 왼손으로 총을 든 사수의 장면에서도 기술적 편향이 나타났다. 작가는 왼손 사수의 격발을 저지하려 시도했으나, AI는 왼손으로 총을 쥐고 있으면 손을 오른손으로 바꾸어 격발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화기 시스템이나 도구의 역사가 우수(右手)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통계적 흐름이 AI의 이미지 생성 과정에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월드 모델과 피지컬 AI가 만드는 데이터의 순환
이 작가는 AI 기반의 물리 엔진과 같은 '월드 모델(World Model)'에 대해서도 화제를 던졌다. 기존의 게임 엔진이 물리적 연산을 통해 세상을 디지털화한다면, 월드 모델은 비디오 데이터를 통해 물리적 현상을 학습하고 픽셀로 추론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가는 유튜브나 게임 방송 등을 토대로 학습된 월드 모델이 향후 우리와 조우할 피지컬 AI(Physical AI)와 중첩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작업 타이틀인 '클라우드 기반(Cloud-based)'은 이러한 데이터의 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웹에 저장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클라우드의 개념처럼, 월드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는 결국 인간이 일상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이터이며, 이를 통해 학습된 피지컬 AI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일종의 순환 방식에 주목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실패와 오류를 포착하던 방식에서 있는 그대로의 펼침으로
이정우 작가는 과거 자신의 작업 방법론이 '실패나 오류의 순간을 포착하여 서사를 구축하는 방식'이었다고 회고했다. 첫 작업인 'My First Hamburger'에서 가짜 재료를 사용했던 사례나, 2019년 작업 '레시탄츠'에서 드론이 추락하는 순간을 포착했던 경험이 이에 해당한다. 작가는 과거에 이러한 오작동을 스스로 판단하고 이야기에 끼워 맞추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나타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펼쳐내는 방향으로 작업의 흐름이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이러한 오작동이나 오류를 '예외적인 것'이자 '모색'으로 정의했다. 빗나간 것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번 전시 역시 오작동이 지니는 중의적인 의미와 모색의 지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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