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 보험가액 1,500억 원 규모의 거장 작품 세화미술관서 공개
미술관에서 한 남성이 손을 움직이며 설명하고 있다.
신표현주의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개최됩니다. 지난 4월 타계한 작가의 작품들을 모은 이번 전시는 보험가액만 약 1,500억 원에 달하며, 작가의 60년 예술 인생을 관통하는 초기작부터 말년의 황금빛 작품까지 폭넓게 선보입니다. 도심 속 미술관을 표방하는 세화미술관은 직장인 점심시간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뒤집힌 이미지로 시대의 아픔과 권위를 거부하다
도슨트 정우철 영상에 따르면, 이번 전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형태를 뒤집어 놓는 바젤리츠만의 독특한 방식입니다. 작가는 인물이나 사물을 뒤집어 그림으로써 관객이 대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독일의 국가적 상징인 독수리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들이 눈길을 끕니다. 보통 독수리는 권위와 승리를 상징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바젤리츠의 작품 속 독수리는 뒤집히거나 떨어지는 불안정한 형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국가적 상징이 이념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거대한 권위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부터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뒤집힌 상태로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캔버스를 눕혀서 작업함으로써 좌우와 앞뒤의 구분을 없애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작가는 나치 시대의 선전 도구로 이용되었던 소재들을 의도적으로 변주합니다.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을 상징하는 소(牛)와 푸른 초원을 소재로 삼되, 화면을 수평으로 잘라내거나 형상을 어긋나게 배치하여 분열과 불안함을 드러냅니다. 대표작인 〈두 마리 소〉는 화면 중앙의 수평선에 의해 소의 몸이 잘려 나가 있고 위아래 형상이 맞지 않게 어긋나 있어, 무해해 보이는 풍경 뒤에 숨겨진 국가주의와 전쟁의 기억을 환기합니다. 작가는 붓 대신 손을 사용하여 거친 질감을 남기기도 하며, 이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내면의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60년 사랑의 기록, 아내 엘케를 향한 연작
전시의 한 축은 작가가 평생을 함께한 아내 엘케(Ilke)를 그린 연작이 차지합니다. 1962년 결혼 이후 60여 년간 바젤리츠의 캔버스에 반복해서 등장한 엘케는 작가의 가장 순수한 사랑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초기 신표현주의 시절에는 거칠고 격렬한 붓질로 그녀를 그렸다면, 노년의 작품에서는 어둡고 텅 빈 배경 위에 마치 유령이나 엑스레이처럼 창백하게 떠오르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젊은 시절의 분노가 나이가 들며 사랑하는 사람의 소멸과 죽음을 응시하는 태도로 변화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2025년경 제작된 후기 시리즈 중에는 엘케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의 감정을 담은 작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작가가 캔버스를 눕혀놓고 병원용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작업했기에, 캔버스 위에 휠체어 자국이 남겨진 독특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흔적은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도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 공간은 마치 천사가 추락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신표현주의의 정수와 도심 속 미술관 관람 팁
바젤리츠는 1980년대 등장한 '신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분류됩니다. 내면의 공포와 슬픔을 표현하는 기존 표현주의에서 나아가, 자신이 겪은 시대적 아픔과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강렬한 형태로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전시 2층에서는 발과 신발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간을 지탱하는 발과 신발을 통해 패전 이후 독일의 모습이나 고난을 담아냈으며, 뭉크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에켈리' 연작 등 다양한 변주가 이어집니다. 특히 '리믹스' 시리즈에서는 마르셀 뒤샹과 한열의 이미지를 불러와 에로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감각을 선보이며, 특정 인물의 위압감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는 광화문에 위치한 세화미술관의 특성을 살려 '도심 속 미술관' 컨셉으로 운영됩니다. 특히 직장인들을 위한 관람 팁으로, 점심시간을 활용해 방문하는 직장인에게는 50% 할인 혜택이 제공됩니다. 전시 기간은 2026년 12월 27일까지이며, 작가의 말년 작업과 인터뷰 영상도 함께 마련되어 있어 그의 예술적 유산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시 입구에는 작가의 대표적인 야외 조각 〈1965〉가 설치되어 있어, 거친 표면을 통해 바젤리츠의 예술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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