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이 콩팥·췌장을 망가뜨린다? 내분비내과 교수가 짚은 약물치료 오해
당뇨병 약이 콩팥이나 췌장을 망가뜨린다는 속설에 대해 손장원 교수는 약의 부작용이라기보다 당뇨병 자체의 합병증과 진행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당뇨병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는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거부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건강의학전문채널 하이닥 영상에 출연한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장원 교수는 최근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당뇨병 약제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 같다며, 약물치료를 둘러싼 대표적인 속설들을 짚었습니다. 손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총무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평생 약, 낙인, 인슐린의 상징성…약물치료를 꺼리는 이유
손 교수에 따르면 환자들은 정말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지를 굉장히 많이 걱정합니다. 당뇨병 환자로 진단받으면 만성 질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같고, 약을 먹는 것이 어떤 선을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의 번거로움과 비용 문제, 학교나 직장 같은 사회생활에서의 낙인 효과도 걱정거리입니다.
먹는 약이 아니라 인슐린 주사 치료를 시작해야 할 때는 심리적 저항감이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주사 자체가 공포스럽고 치료가 복잡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치료의 끝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인슐린 치료의 상징성과 인슐린으로 인한 저혈당 부담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환자별 사정도 다릅니다. 젊은 환자는 앞으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긴 시간을 어려워하고, 고령 환자는 이미 여러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지금부터 당뇨병 치료를 시작하는 게 큰 이득이 있을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임신성 당뇨병은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산모 입장에서는 태아에게 문제가 없을지 걱정돼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치료를 미루면 생길 수 있는 문제
손 교수는 당뇨병이 만성 질환이면서 진행성 질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초기에 혈당 관리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당뇨병 콩팥병, 손발 저림 같은 신경병증 등 작은 미세혈관의 문제뿐 아니라 심장이나 뇌혈관 같은 대혈관 질환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뇨병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불편한 증상이 많은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식사하고 나면 피로감을 많이 느끼거나 피부가 많이 건조해지고 소양증을 느끼기도 하며, 환자에 따라 배변 습관이 변하거나 소화불량, 배뇨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중년 남성에게는 발기부전도 큰 고민이 되는 합병증 중 하나이고, 고령 환자가 많아질수록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 각종 암의 위험 증가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조기 약물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 손 교수의 설명입니다.
'당뇨병 약이 콩팥을 망가뜨린다'는 오해
당뇨병 약이 콩팥을 망가뜨린다는 속설에 대해 손 교수는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신증, 즉 당뇨병 콩팥병이 생길 수 있는데, 약을 먹다가 콩팥병이 생기면 당뇨병이 아니라 약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불이 나 출동한 소방관을 화재 현장에서 봤다고 소방관이 불을 낸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며,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라기보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오해가 생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당뇨병 약 가운데는 신장으로 배설되는 약제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1차 치료 약제인 메트포민도 신장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콩팥 기능을 보여주는 사구체 여과율이 45나 30 미만이 되면 용량을 줄이기도 하고 CT를 찍을 때는 복용을 중단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손 교수는 이런 안전을 위한 조치를 약이 콩팥에 나빠서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콩팥을 보호하는 당뇨병 약, SGLT2 억제제
손 교수는 최근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가장 크게 변한 부분으로 장기 보호를 꼽았습니다. 예전에는 혈당을 낮추는 치료에만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당뇨병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합병증과 다양한 장기의 문제를 예방하거나 줄여줄 수 있는 약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 최근 각광받는 것이 SGLT2 억제제와 GLP-1 계열의 인크레틴 제제이며, 특히 당뇨병 콩팥병과 관련해서는 SGLT2 억제제의 효과가 굉장히 뚜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교수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나트륨과 포도당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소변으로 배설시키고, 그 결과 혈중 포도당 농도를 낮춥니다. 그는 사구체를 정수기의 미세 필터로 생각하면 과부하가 걸릴 때 필터가 손상되는데, SGLT2 억제제가 이 과부하를 줄여 필터를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게 해준다고 비유했습니다. 치료 초기 4~6주 동안에는 사구체 여과율이 일시적으로 10~20% 정도 떨어져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대개 회복되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신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손 교수는 이 약제가 모두에게 똑같은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며 부작용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은 생식기 진균 감염이 생길 수 있어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꼭 주치의와 상담해야 하고, 장기간 금식하거나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단독 치료를 유지할 때, 수술이 필요한 상황 등에서는 혈당이 괜찮은데도 케톤산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GLP-1 계열 인크레틴 약제도 혈당과 혈압, 체중 감소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사고를 줄이고, 최근에는 신장 보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가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약이 췌장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오해
당뇨병 약을 먹으면 췌장 기능이 떨어져 결국 인슐린 치료로 이어진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손 교수는 이 역시 안타까운 오해라며, 당뇨병은 진단 당시부터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50% 정도, 심한 경우에는 2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벌써 한 칸도 안 남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혈당이나 체중이 계속 조절되지 않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남은 마지막 한 칸마저 소실돼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는데, 이를 약물치료 탓으로 보는 것은 큰 오해라고 했습니다.
오해가 생긴 이유 중 하나로는 설폰요소제가 꼽혔습니다.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이 약제는 초기에는 혈당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오래 사용하면 췌장에 계속 일을 시켜 빨리 지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손 교수는 일부 약제의 특성을 당뇨병 약제 전체로 생각하는 것은 확대 해석하는 오류라고 설명했습니다. 설폰요소제는 아주 장기간 유지하기보다 고혈당 상태이거나 반응이 좋은 환자에게 단기적으로 충분한 기간 쓰다가, 고혈당이 개선되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췌장을 쉴 수 있게 해주는 SGLT2 억제제나 GLP-1 약제, 메트포민 등을 적절히 조합하고 순차적으로 치료해 나가면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폰요소제보다 더 큰 오해를 받는 약제는 인슐린입니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면 몸에서 원래 인슐린을 잘 안 만들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손 교수는 인슐린이 굉장히 강력한 혈당 강하제 역할을 하며, 고혈당 환경을 개선하면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분비 기능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 설명에서도 인슐린 치료는 실패가 아닌 성공의 증표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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