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5년 생존율 10% 정체…K-RAS 표적 치료제 개발로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
췌장암의 낮은 생존율 원인인 섬유화 조직과 K-RAS 돌연변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신 표적 치료제 연구 현황을 다룬다.
췌장암은 발견이 늦고 진단 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5년 생존율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항암 치료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췌장암의 생존율이 크게 오르지 못하는 이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신 치료 연구 현황이 공개됐다.
췌장암 발견이 늦고 수술이 어려운 이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임가람 교수는 췌장암의 발견이 늦어지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췌장이 복강 내 후복막 쪽에 위치해 있어,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사용하는 복부 초음파로는 췌장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상세히 검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이 많거나 장이 앞을 가리고 있는 경우 CT나 MRI 같은 추가 검사 없이는 진단이 쉽지 않다. 또한 췌장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1년 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더라도 다음 검진 때 이미 병기가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 가능 여부도 제한적이다. 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에 따르면 환자의 약 10%에서 20% 정도만이 조기에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췌장은 대동맥에서 나오는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이 불가능한 사례가 빈번하며, 암세포가 5mm 정도의 크기(암세포 약 10억 개 집결)가 되기 전에는 영상 기술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진단과 치료의 난제로 작용한다.
낮은 생존율의 원인과 병용 항암 요법의 한계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999년 단일 항암제 사용 당시 약 4~5%에서 현재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 교수는 이러한 정체의 원인으로 췌장암 주변의 두꺼운 섬유화 조직을 지목했다. 췌장암은 주변에 섬유화 조직이 유달리 많으며, 이 조직이 면역세포가 암세포 중앙까지 침범하는 것을 막아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0% 가까이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췌장암 자체에 조기에 내성이 생기는 생물학적 특성도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현재 표준 치료로 사용되는 폴피리녹스(3가지 약제 조합)나 젬스타빈과 아브락산(2가지 약제 조합) 같은 병용 항암 요법은 단일 약제 사용 시보다 생존율을 약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여러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며, 기대할 수 있는 연명 기간의 연장이 길지 않아 고령 환자 치료 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K-RAS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 개발 현황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돌연변수로 주목받는 분야는 K-RAS(케이라스) 표적 치료제다. 췌장암 환자의 약 90~95%에서 발견되는 K-RAS 돌연변이는 그동안 약물이 결합할 부위가 없는 '매끈한 공' 같은 구조 때문에 약물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약 10년 전 결합 가능한 부위가 발견되면서 연구가 가속화되었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약제들은 특정 세부 아형(1~2%)에만 해당하지만, 최근 '다락솔라시비'라는 약제가 2상 임상 시험에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두 배 정도 연장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전신 전이가 있는 상태에서도 3~4년 이상 건강하게 치료를 이어가는 사례를 언급하며, 췌장암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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