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향' 세정제로 청소하면 초미세 나노입자 수조 개…美 연구 "환기·무향 제품 권장"
레몬·소나무·라벤더 향이 나는 세정제로 청소하면 향 성분이 실내 오존과 반응해 수십억~수조 개의 초미세 나노입자가 몇 분 만에 만들어진다는 미국 퍼듀대 연구 결과가 최근 해외 과학 매체들을 통해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들이마시는 입자의 양이 교통량 많은 도로변에 서 있을 때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퍼듀대 토목·건설공학과 브랜던 부어 교수 연구팀은 이 결과를 8월 23~27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화학회(ACS) 가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미국화학회가 8월 27일 보도자료를 낸 데 이어, 과학뉴스 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가 9월 26일 이를 다시 소개하면서 관심이 커졌다. 학술대회 발표 내용으로, 이번 발표 자체가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은 아니다.

'작은 집' 실험실에서 걸레질·분무·닦기 재현
연구팀은 퍼듀대 캠퍼스에 부엌과 원목 바닥, 욕실을 갖춘 '작은 집' 실험실을 지어 놓고 일상적인 청소를 재현했다. 향이 들어간 일반 액상 세정제와 식물 정유(에센셜 오일) 성분을 넣은 소독 스프레이·물티슈를 써서 바닥을 닦고 조리대에 뿌리고 표면을 훔쳤다.
세정제에 흔히 들어가는 향 성분은 '테르펜'류로, 소나무 향의 피넨, 레몬 향의 리모넨, 백리향의 티몰, 라벤더 향의 리날룰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이 학술대회에 제출한 초록에 따르면 청소 중 실내 공기의 테르펜 농도는 10~1000ppb까지 올라갔다. 부어 교수는 이 수준이 숲속 공기의 수십~수백 배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자 크기 1~30나노미터…가정용 측정기로는 안 잡혀
공기 중 테르펜은 실내로 들어온 오존과 반응해 새로운 입자를 만든다. 숲에서도 같은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만 테르펜 농도가 낮아 천천히 진행되는 반면, 실내에서는 훨씬 빠르고 진하게 일어났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걸레질·분무·닦기 같은 작업만으로 제품에 따라 수십억에서 수조 개의 입자가 생겼고, 대부분 지름 1~30나노미터(nm)의 초미세 입자였다. 이 크기는 가정용 공기질 측정기가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집 안 공기가 나빠져도 사용자가 알아채기 어렵다.
| 항목 | 관측값 |
|---|---|
| 청소 중 실내 테르펜 농도 | 10~1000ppb |
| 생성된 입자 크기 | 대부분 1~30nm |
| 일시적 실내 나노입자 수 농도 | 1㎤당 10만~1억 개 |
| 입자 성장 속도 | 시간당 최대 300nm |
| 원자외선(UV-C) 살균 램프 가동 시 실내 오존 | 약 20~40ppb |
입자는 몇 분 만에 생겨나 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까지 자랐다. 연구팀은 이런 초미세 입자가 기도 전체와 폐 깊은 곳에 쌓여 호흡기 자극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일부는 혈류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 공간 청소를 마칠 즈음이면 이미 많은 나노입자가 만들어졌고, 그것을 들이마신 상태다." — 브랜던 부어 퍼듀대 교수(미국화학회 보도자료)
'천연 에센셜 오일' 제품도 마찬가지
이번 실험에서는 일반 세정제뿐 아니라 식물 정유를 넣은 이른바 '천연' 소독 제품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록에서 두 종류 제품 모두 반응성 기체와 2차 유기 에어로졸이 뒤섞인 복합적인 노출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공기 살균용으로 쓰이는 원자외선(far UV-C) 램프를 함께 켜면 상황은 더 나빠졌다. 램프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오존을 만들면서 작은 집 실험실의 오존 농도가 약 20~40ppb까지 올랐고, 높아진 오존과 테르펜이 만나 입자 생성이 더 활발해졌다.
양초 없는 '왁스 멜트'도 양초만큼 입자 배출
이 연구팀은 향기 제품이 실내 공기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추적해 왔다. 퍼듀대가 2025년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불을 붙이지 않아 무독성으로 광고되는 '왁스 멜트'도 향료 함량이 높아 양초 못지않게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같은 자료에서 연구팀은 향기 제품에 20분만 노출돼도 지름 3nm 미만의 입자가 1000억~10조 개가량 호흡기에 쌓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런 입자를 들이마셨을 때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독성학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입장이다.
"청소 줄이라는 뜻 아냐"…연구팀이 권한 4가지
부어 교수는 청소가 표면의 바이러스와 세균을 없애는 중요한 일인 만큼, 청소 자체를 줄이라는 뜻이 아니라 소비자가 정보를 알고 선택하도록 돕기 위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노출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향이 약하거나 없는(무향) 제품을 고른다.
- 한 번 청소할 때 여러 가지 향기 제품을 겹쳐 쓰지 않는다.
- 환풍기를 켜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 원자외선(UV-C) 램프처럼 오존을 만드는 기기를 켠 채 향기 세정제로 청소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신진연구자 지원 사업과 앨프리드 P. 슬론 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참고 자료
- Scented cleaning products create invisible air pollution — 미국화학회(ACS)·EurekAlert!(2026.8.27)
- That fresh cleaning smell could be filling your home with nanoparticles — ScienceDaily(2026.9.26)
- Air inside your home may be more polluted than outside due to everyday chemical products — ScienceDaily·퍼듀대(202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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