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셸 오토니엘 부산 전시, 유리 구슬에 담긴 상처와 치유의 기록
천장에 매달린 화려한 황금색과 은색 구슬 조형물.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가 부산 F1963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작가의 철학이 담긴 유리 작품 12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역대급 규모의 전시입니다.
첫사랑의 상실을 예술로 승화시킨 유리 구슬의 미학
미미상인 mimisangin 영상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전시장 구성을 '미로'처럼 설계하여 관람객이 삶의 실험을 경험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오토니엘은 영상에서 "미로는 삶의 실험적인 형태이며, 관람객이 미로에 도착했을 때 죽면 직면해야 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언급하며, 현실과 실제의 감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미로를 설명했습니다.
오토니엘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재료는 유리입니다. 작가는 23세 시절, 사제가 되려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첫사랑을 잃은 충격과 상처를 겪었습니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개인적인 고통이 예술을 통해 밝은 에너지로 변화했음을 언급하며, 유리를 통해 잊고 지냈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beauty, wonder)을 전달한다고 전합니다. 작가는 이탈리아 무라노 공방의 유리 장인들과 협업하며 구슬 작업을 이어왔으며, 유리의 특성을 활용해 투명한 구슬 뒤로 비치는 다른 작품이나 관람객의 모습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연출했습니다. 유리는 녹이면 다시 한 덩어리가 되어 새로운 형태를 띨 수 있는 재료로, 작가에게는 재생과 변화의 의미를 갖습니다.
작가의 작품 중에는 1996년 에이즈로 사망한 예술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z-Torres)를 기리는 의미가 담긴 작업도 있습니다. 천 개의 유리 구슬 목걸이를 제작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누구나 상처가 있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퍼포먼스 개념 미술로 확인시켜 주는 방식입니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유리 구슬 작업이 마치 영혼의 덩어리나 묵주를 떠올리게 한다고 묘사합니다.
베르사유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꽃과 푸른 강
오토니엘의 꽃 시리즈는 2015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리모델링 의뢰를 계기로 본격화되었습니다. 작가는 인공적인 궁궐보다 자연이 빚은 정원에 주목했으며, 정원을 관찰하며 그린 드로잉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영상에서는 일반적인 핑크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표현된 벚꽃 시리즈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연한 핑크색 꽃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생동감을 전달한다고 전합니다. 특히 연한 핑크색은 사람의 살결을 연상시켜 생명성 충만한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전시장 바닥에는 인도 공방에서 제작한 유리 벽돌 2,000여 개가 깔려 '푸른 강'을 이룹니다. 이 푸른 빛은 인도의 특정 지역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블루 색상을 활용한 것입니다. 인도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명상의 나라로, 작가는 이곳의 색채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연꽃 시리즈와 별자리처럼 매달린 유리 구슬들은 작가가 직접 높낮이를 조절해 설치한 것으로, 물소리와 함께 감상하며 명상하듯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영상에서는 꽃의 중심부인 꽃술 모양의 작은 분수대에서 물이 끝없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작가에게 동력이 되었던 생명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폐공장에서 피어난 유리 신전, F1963의 재탄생
이번 전시가 열리는 F1963은 1963년 지어진 고려제강 수영 공장의 부지를 문화 생산 기지로 재개발한 공간입니다. 10주년을 맞은 F1963 재단은 이번 전시를 통해 특별한 미학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옛 와이어 공장의 흔적을 간직한 이곳은 작가의 영롱한 유리 작품들과 만나 마치 '유리 신전'과 같은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영상은 공장의 오래된 부지가 온실과 예술 서적 중심의 특별한 도서관으로 변모한 모습과 함께, 오토니엘의 작품이 공간과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전시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부산 수영구 F1963(석천홀 및 달빛가든)에서 계속됩니다. 관람료는 10,000원이며, 작가가 구축한 빛과 유리의 세계를 통해 일상의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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