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 복용이 콩팥과 췌장 기능 저하시킬까? 전문가가 밝힌 진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책상 앞에 앉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는 당뇨병 약을 오래 복용하면 콩팥(신장)이 망가지거나 췌장 기능이 떨어져 결국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건강의학전문채널 하이닥 영상에 출연한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장원 교수는 이러한 우려가 질환의 진행 과정과 약물의 특성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당뇨병 약이 콩팥과 췌장을 망가뜨린다는 오해의 배경
많은 환자가 당뇨병 약을 복용하던 중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약물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손 교수는 이를 '소방관의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불을 낸 것으로 오해받는 것처럼, 당뇨병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콩팥병은 약물 부작용이라기보다 당뇨병 자체의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차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민 같은 약제는 신장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콩팥 기능(사구체 여과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안전을 위해 용량을 줄이거나 CT 촬영 시 잠시 중단해야 합니다. 사구체 여과율이 대개 45 또는 32 미만으로 감소하면 메트포민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등의 안전 조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조치들이 오히려 '약이 콩팥에 나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췌장 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뇨병은 진단 당시 이미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50% 혹은 심한 경우 20%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로 시작됩니다. 마치 핸드폰 배터리가 한 칸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질환이 진행되며 남은 기능이 소실되어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는 것은 약물 때문이 아니라, 고혈당 환경이나 체중 조절 실패 등으로 인해 남은 배터리가 완전히 소실되는 질환의 자연적인 경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직접 자극하는 '설폰요소제'의 경우, 장기간 사용 시 췌장을 계속 일을 시키게 되어 기능을 빠르게 지치게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설폰요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서 췌장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췌장 기능을 보존하는 약제 조합과 인슐린 치료의 역할
손 교수는 췌장 기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제의 적절한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설폰요소제가 췌장을 자극한다면, SGLT2 억제제나 GLP-1 유사체 같은 약제들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췌장이 쉴 수 있도록 돕고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폰요소제에 반응이 좋은 초기 환자에게는 이를 사용하되, 이후에는 췌장을 쉬게 해줄 수 있는 약제들을 적절히 조합하거나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췌장 기능 소실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슐린 주사 치료에 대한 오해도 바로잡았습니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면 몸 안의 인슐린 분비가 멈출 것이라는 걱정이 있지만, 오히려 적기에 인슐린 치료를 통해 고혈당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 췌장 베타세포의 부담을 줄여 장기적으로는 세포 기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슐린은 매우 강력한 혈당 강화제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한 번 망가진 췌장 기능은 회복이 어렵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했습니다. 유병 기간이 짧고 체중 관리와 생활 습관 교정이 잘 이루어진 초기 환자의 경우,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베타세포 기능을 상당 기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든 환자가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대다수 환자는 베타세포 기능이 유지되어 경구 약제로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혈당 상태를 방치하여 췌장 세포가 섬유화되거나 탈분화 상태에 이르게 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워지므로 '적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임의로 약을 끊는 행위의 위험성과 메트포민의 가치
혈당이 정상 수치로 나오면 스스로 약을 끊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손 교수는 혈당이 안정적인 것은 약물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약이 너무 많아 번거롭다면 최근 출시된 복합제나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약제로 변경하는 등 의사와 상담을 통해 감량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임의 중단은 결국 고혈당으로 이어져 갈증 등의 급성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관리는 단순히 혈당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을 함께 관리하는 '팀 스포츠'와 같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혈당 조절이 키플레이어라면, 혈압과 지질 관리는 수비수와 골키퍼 역할을 하여 궁극적으로 심혈관계 합병증을 막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여러 약제를 병용하는 것은 심혈관계 합병증을 낮추기 위한 전체적인 치료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1차 약제로서의 메트포민의 위상과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최근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이 합병증 맞춤형 치료로 변화하면서 특정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나 GLP-1 약제가 우선될 수 있어 메트포민이 1차 약제에서 제외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메트포민은 여전히 오랜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비용 효과가 입증된 매우 중요한 약제입니다.
한편, 메트포민이 노화 억제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속설에 대해 손 교수는 "흥미로운 가설이며 세포의 자가포식을 증가시키는 등 긍정적인 연구들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메트포민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하거나 세포의 자가포식을 증가시켜 노화된 세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전임상 연구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는 아직 없으므로, 이를 노화 방지 영양제처럼 복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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