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고원 이도광촌, 9월 첫눈 내리면 시작되는 겨울 채비
풀이 우거진 들판에 서 있는 남성이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있다.
9월 중순, 백두산 정상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해발 1,560m 지점에 위치한 이도광촌 마을은 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에 들어갑니다. 환경스페셜 영상에 따르면, 천지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이곳 사람들은 1년 중 200일가량을 눈과 함께 생활하며 고유의 주거 방식과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나무와 너와로 지은 이도광촌의 전통 가옥
이도광촌의 집들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나무를 일일이 쪼개고 잘라 이은 '너와지'를 지붕으로 사용하며, 벽은 통나무를 털 모양으로 짜 맞춘 '뒷틀집' 형태를 보입니다. 집 내부에는 부엌과 방의 구분이 없는 원룸 시스템이 특징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집안에 놓인 무쇠 소시(솥)입니다. 영상 속 주민의 설명에 따르면, 옛날부터 사용해 온 이 솥은 한 집에 네 개까지 올려놓고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겨울철 식량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도 철저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겨우내 먹을 감자를 묻어두는 '감자 꼴'과 김치를 보관하는 '김치 꼴'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이는 짐승의 침입을 막고 폭설로 인해 저장고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을 잘 살펴 관리해야 합니다.
마을의 굴뚝 모양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목을 길게 늘어뜨린 듯한 모습 때문에 '낙타 목돌미 굴뚝'이라 불리는 이 굴뚝은 송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마을에 부는 강한 바람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굴뚝을 높게 세워 바람의 영향을 줄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고랭지 배추와 감자 전분으로 만드는 겨울 식탁
해발 1,560m의 고랭지에서 자란 배추는 낮과 밤의 큰 온도 차 덕분에 속이 실하게 꽉 차는 것이 특징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수확한 배추를 갈무리해 김장을 합니다. 이곳의 김치 양념은 한여름에도 김치가 쉽게 쉬지 않도록 굳이 양념을 세게 하지 않고 시원한 맛을 살려 심심하게 담그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장하는 날에는 수육 대신 감자를 주재료로 한 '농마 국수'를 즐깁니다. 감자 전분이 많은 농마 국수는 국수틀에서 누르는 즉시 끓는 물에 바로 내려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습니다. 면발의 쫄깃함을 살리기 위해 물에 여러 번 헹구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국수는 그대로 먹거나, 떡처럼 굳혀 먹거나, 혹은 마카리국수 형태로 즐길 수도 있어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으로 변모합니다.
백두산의 찬 바람이 만든 특산물, 명태
겨울이 깊어지면 마을 곳곳에는 나무로 만든 '덕장'이 세워집니다. 이곳은 바다 생선인 명태를 말리는 장소로 활용됩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주민들은 명태를 덕장에 내걸기 시작하는데, 이때 명태의 꼬리를 위로 향하게 하여 거꾸로 매달아 말립니다. 이는 명태가 더 반듯하고 보기 좋은 모양으로 마르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바다 생선인 명태가 백두산 고원까지 올라올 수 있는 이유는 지형적 특성 때문입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과 백두산 골짜기마다 부는 세찬 바람은 명태를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북한 및 러시아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까지 더해져, 명태는 이제 백두산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상 속 주민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량을 저장하며 백두산의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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