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의 깊은 밀림 속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로우랜드고릴라의 자연 번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종의 개체 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9월 1일(현지시간) "콩고 공화국의 누알레-은도키 국립공원에서 관찰 중이던 서부로우랜드고릴라 무리에서 건강한 새끼 고릴라 한 마리가 출생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출산은 해당 보호구역이 조성된 이래 처음으로 자연 상태에서 번식이 이루어진 사례로 기록됐다. 국립공원 측은 "모체와 새끼 모두 현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무리의 다른 개체들도 안정적인 군집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부로우랜드고릴라는 서아프리카 및 중앙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고릴라 아종으로, 불법 사냥과 삼림 벌채로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는 IUCN 적색목록 중 ‘심각한 위기(Critically Endangered)’ 등급에 올라 있다. 특히 과거 20년 사이 이들의 개체 수는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누알레-은도키 국립공원은 2001년부터 고릴라 서식지 복원을 위해 국제 환경단체 및 콩고 정부의 협력 아래 보존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으며, 수년간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비접촉 관찰 시스템’을 통해 고릴라의 자연 행동 패턴을 유지해왔다.
출산이 확인된 고릴라 무리는 2015년 인근 벌목지역에서 구조된 3마리의 고릴라를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이후 추가적으로 보호 구역 내 다른 개체들과 합쳐지며 무리 규모가 커졌다. 관찰팀은 이 무리의 군집 구조가 안정화된 시점을 2021년으로 보고 있다.
누알레-은도키 공원 관계자는 "출산이 이뤄진 장소는 인적이 닿지 않는 원시림 중심부로, 공원 감시팀과 과학자들이 드론과 원거리 관찰 장비를 활용해 확인한 결과"라며 "이러한 자연 번식은 서식지 보존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의 유인원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블룸 박사는 “이 고릴라 아종은 복원이 가장 어려운 종 중 하나”라며 “이번 출산은 향후 야생 복원 계획에 있어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콩고 환경부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보호구역을 확장하고, 인근 지역 사회와 협력해 서식지 파괴를 방지하는 새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릴라 보호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며, 관련 보고서를 유엔 환경계획(UNEP)과 IUCN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콩고 내 멸종위기 유인원 보호는 오랜 내전과 정치적 혼란, 불법 야생동물 거래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위협을 받아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공원 운영 예산이 대폭 줄어들며 현장 보존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기후변화 대응 사업과 연계한 국제기금이 투입되면서 상황이 일부 개선된 바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이번 사례를 기반으로 추후 로우랜드고릴라의 분포 현황을 재조사할 예정이며, 콩고 외부의 서식 가능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탐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