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한 번 들였다가 다시 펫샵에 되파는 이른바 ‘펫테크’ 행위가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통용되고 있다.
이름은 귀엽지만 실상은 반려동물을 하나의 재화처럼 취급하는 행태로, 동물 생명권과 윤리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펫샵에서 산 강아지를 2주 만에 다시 넘겼다”, “마음이 안 맞아서 펫테크로 처리했다”는 식의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펫테크’는 더 이상 반려가 어려운 반려동물을 펫샵에 다시 판매하거나, 중개업체를 통해 ‘리셀’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은어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A씨(29)는 “작은 견종을 키우고 싶어 샀다가 생각보다 활동량이 많고 짖는 소리가 커서 결국 펫샵에 다시 넘겼다”며 “구매가 250만 원이었는데 90만 원에 되팔았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엔 죄책감이 들었지만, 인터넷에 비슷한 사례가 많아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펫샵에서 동물을 구매한 뒤 다시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물은 한 번의 거래로 끝나지 않고, 반복적으로 매매되는 대상이 된다. 일부 펫샵은 반품·교환 조건을 아예 상품 구매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으며, 구매 후 일정 기간 내에는 일부 금액을 제하고 환불도 가능하다는 조항을 제시한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단순한 계약을 넘어 생명체에 대한 책임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한 동물병원 수의사는 “펫샵으로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식욕이 떨어지거나 설사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짧은 기간 안에 환경이 바뀌면, 특히 어린 개체는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펫샵과 소비자 모두 반려동물을 일종의 '리셀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단기 구매 후 되팔기를 전제로 하는 반려동물 소비는 매우 위험한 문화”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한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동물의 생명과 생존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부 펫샵은 이 같은 되팔이 수요를 노려 ‘다시 매입 가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은 ‘리퍼브 제품’처럼 취급되며, 새 소비자에게 ‘할인가’로 재판매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과거 판매 이력은 물론 스트레스 이력도 별도로 고지되지 않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방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기나 파양 등 ‘책임 사육’과 관련한 조항은 존재하지만 ‘재판매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실제로 펫샵에 되팔려진 반려동물은 다시 매장에 전시돼 새로운 구매자를 기다리게 되며, 이 과정에서 의료적·정신적 케어가 충분히 이뤄지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동물 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유통 구조는 궁극적으로 펫샵의 공급·수요 기반을 더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가 반려동물을 단순 소비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위한 명확한 법적 정의 정비와 함께, 반려동물 구매 전 상담 의무화, 숙려제 도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매와 반품이 이렇게 쉬우면, 반려동물은 애초에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의 생명을 구매로 시작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펫테크' 같은 왜곡된 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진정한 반려란 이름 아래, 지금 필요한 것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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