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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버려진 동물, 사라진 책임…동물등록제 10년, 무엇이 달라졌나

주현웅 2025-09-01 15:00:21

[기획] 버려진 동물, 사라진 책임…동물등록제 10년, 무엇이 달라졌나
사진=셔터스톡

도심 한복판에서 상처 입은 채 발견된 강아지 한 마리. 서울 강동구청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된 이 개는 보호기간이 끝나도록 주인을 찾지 못했다. 

등록번호는 없었다. 입양을 기다리다 끝내 안락사 대상에 오른 이 개는, 매년 수만 마리가 겪는 유기동물의 전형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동물등록제가 본격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등록률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반려견은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발생하는 유기·유실 동물은 10만 마리를 웃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600만을 넘어선 지금, 동물보호법의 실효성과 소유자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2014년 1월부터 전국에 동물등록제를 확대 시행했다. 주택이나 그 외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는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등록 방법은 내장형·외장형 칩, 인식표 중 하나로 구분되며, 등록된 정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등록률은 45.3%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려견을 기르는 국민 둘 중 하나는 여전히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등록하지 않은 개는 잃어버려도 주인을 찾기 어렵고, 길에 버려질 경우 소유자를 추적할 수 없어 유기 책임조차 묻기 어렵다.

유기동물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농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보호소로 들어온 유기·유실 동물은 총 129,720마리로, 전년(119,245마리)보다 8.8% 증가했다. 

이 중 개가 70%, 고양이가 약 30%를 차지한다. 안락사율은 평균 20% 수준이지만, 일부 지역은 40%를 넘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반려동물관리팀 관계자는 “현행 법상 등록은 개에 한정돼 있고, 고양이 등록은 자율에 맡겨져 있어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며 “특히 외장칩은 쉽게 떨어지고 훼손돼 추적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등록 의무를 알지 못하거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등록을 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동물등록 미이행 시에는 1차 20만 원, 2차 40만 원, 3차 6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단속 실효성은 낮다. 

2023년 기준 전국 동물등록 위반 단속 건수는 2만 건에 못 미쳤고,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보호소에 입소된 유기동물 중 등록번호로 소유주가 확인된 사례는 전체의 15% 안팎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제도 정착을 위해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김제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며, 이 기간 중 신규 등록이나 정보 변경 시 과태료를 면제하고 있다. 이후 11월부터는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동물단체는 등록제 확대뿐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등록제 자체가 반려동물 책임 문화 정착의 기반이지만,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 유기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등록 후 관리 시스템도 허술하다”고 밝혔다.

현재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유기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단속과 입증이 어렵고, 실제 처벌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기행위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 수준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유기 시 등록 말소, 재등록 제한 등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반려동물 생애주기 통합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동물등록제 확대, 유기동물 책임 강화, 입양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고양이 등록 의무화, 온라인 등록 통합 시스템 구축, 등록 내역과 연계한 반려동물 보험 및 의료 서비스 활성화 등의 제도 개선이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강제성보다는 사회적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만큼이나, 제도에 대한 책임과 실천도 함께 따라야 한다. 동물등록제 10년,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실효성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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