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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미투'에 지목된 김성룡 전 9단의 모습(출처=MBN 뉴스 캡처) |
'바둑계 미투'인 김성룡 전 9단이 코세기 디아나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기원의 2차 가해 발언이 논란이다.
2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헝가리 출신 바둑기사인 코세기 디아나 초단에게 "성폭행 사건 다음날 왜 가해자와 바닷가에 놀러갔느냐", "청바지는 본인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 아니냐"는 등 2차 가해성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작성된 '코세기 디아나 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에 이런 2차 가해 내용이 담겼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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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전 9단은 미투 이후 제명됐다(출처=연합뉴스TV 화면 캡처) |
지난 4월 코세기 디아나는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을 통해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고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라며 성폭행을주장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고 아무렇지 않게 내게 인사를 했다"며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로 인해 한국기원은 코세기 디아나의 미투 폭로 이후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김성룡 9단을 제명했다.
하지만 이후 윤리위 최종보고서에 '김성룡 9단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는 등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의견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프로기사 223명이 집단 반발하며 재작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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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은 윤리위원회 조사 거쳐 김성룡 9단을 제명 했다(출처=jtbc 뉴스 캡처) |
해당 보고서에는 "친구가 오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청바지는 벗기기 어려운데 본인 의사로 벗은 것 아니냐" 등의 2차 가해성 질문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바닷가에 간 것에 대해 이 "일이 발생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친구 2명을 따라다닌 것이고, 친구들이 나를 지켜줄 것 같아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성폭행 당시는 학생비자가 만료됐고 입단한 지 1년이 됐기 때문에 프로기사 자격으로 비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며 "잘못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헝가리로 돌아가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또한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한국기원의 질의서와 보고서가 김 전 9단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기원 측은 "보고서에 대한 지적은 들어 알고 있으니 재작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세기 디아나는 지난 1997년 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헝가리 대표선수로 참가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아마추어 2단 실력이던 아버지에게서 바둑을 배워 9살 때 바둑에 입문했다.
[팸타임스=임채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