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오전,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아우디가 자사의 준중형 차량인 A3에 대해 약40%의 높은 할인율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딜러에게 전달 받은 문자와 자료 등을 제시하며 신빙성을 더했다. 이에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면서 이 날 오후에는 '아우디 A3'가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1위까지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몇몇 이용자들은 실제로 이번 할인을 이용하여 '아우디 A3 계약을 했다', '아우디 매장을 방문했다가 헛물만 켰다' 등의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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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3 세단형 모델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이미 수입차 업계에서는 높은 할인율로 익히 알려진 아우디지만, 40%라는 할인율은 가히 파격적인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0만원짜리 차를 600만원에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우디 A3는 어떤 차이며, 아우디는 왜 이 차에 이렇게 높은 할인율의 프로모션을 전개한 것일까?
이번 '아우디 A3 대란'에서 아우디가 40%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한 모델은 아우디의 준중형 차량인 A3, 그 중에서도 가솔린 엔진 모델인 A3 40 TFSI 모델이다. 최대 180마력에 35.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을 장착했으며, 7단 S트로닉 변속기를 통해 이와 같은 엔진 출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모델이다. 국산 준중형 세단 대표 모델인 현대 아반떼와 비교했을 때, 폭은 아반떼보다 16센티미터 넓지만 그 외 전장이나 전고, 휠베이스는 아반떼 대비 소폭 작은 사이즈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콤팩트한 차체 대비 우수한 파워트레인으로 다이나믹한 드라이빙을 기대할 수 있는 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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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3와 플랫폼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폭스바겐 골프(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하지만 이번 대란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우디 차종 중에서도 비인기 차종에 속했던 모델이다. 아우디 A3는 폭스바겐 골프와 동일한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골프의 형제차와도 같은 모델이다. 물론 만듦새나 고급감에 있어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인 만큼 골프를 앞서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만큼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고급감을 포기하고 골프를 선택하거나, 돈을 조금 더 써서 아우디 A4를 선택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비인기 차종이었던 아우디 A3가 검색어 1위까지 오른 해프닝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계약을 받은 모델은 아우디 A3 40 TFSI와 아우디 A3 40 TFSI 프리미엄 두 가지 트림이다. 이 모델들의 권장소비자가는 각각 3950만원과 4350만원으로, 그랜저와 K7 등의 준대형차 풀옵션 모델이나 기아 스팅어, 제네시스 G70 등 고급 후륜차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만약 여기에 40%의 할인율을 모두 적용 받게 된다면, 두 모델의 할인판매가는 각각 2300만원대와 2600만원대로 떨어지게 된다. 동급 국산차 가격과 비교해 보자면, 아반떼 AD 모델 중에서도 아반떼 디젤이나 아반떼 스포츠보다 가격도 저렴한 1.6리터 가솔린 모델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2500만원이 넘게 된다. 만약 '프리미엄' 트림이 아닌 일반 A3 40 TFSI를 이번 아우디 A3 할인을 통해 구입하게 된다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준중형차를 국산 준중형차 풀옵션 가격보다도 낮은 금액에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높은 할인율의 프로모션 혜택을 받으려면 아우디 측이 지정하는 금융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기 때문에 차량 구매에 드는 실구매가는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프로모션이고,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반차 쓰고 아우디 매장을 방문했다', '아우디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라' 등의 경험담이 올라올 만큼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번 프로모션으로 화제가 된 아우디 A3 모델 3,000여대는 그간 '아우디 평택항 에디션' 등의 별명으로 불려왔던, 평택항에 입항은 했으나 디젤게이트로 인한 인증 취소 문제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대기 중이던 차량이다. 재고 소진의 목적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거야 흔한 마케팅이긴 하지만, 40%라는 할인율은 분명 이례적인 수준이다. 아우디는 어째서 이렇게 높은 할인율을 내세운 것일까?
이는 2013년 제정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대한 특별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연간 4,500대 이상을 판매하는 완성차 브랜드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및 저공해차 3종을 연간 판매량 중 9.5% 이상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하며, 만약 이를 지키지 못했을 시에는 5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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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스포츠백 e-트론 모델도 판매하지 않고 있는 현재, 아우디가 시판 중인 저공해 차량은 A3 40 TFSI가 유일하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아우디는 이미 올해 4월, 판매금지처분을 받은지 2년만에 영업을 재개한 첫 달에만 2천대 이상을 판매하여 성공적으로 시장에 복귀했다. 연간 4,500대 이상 판매량 조건은 이미 진즉에 충족되었다. 하지만 현재 아우디가 국내 시판 중인 모델 중에 전기차는 전무하며, 판매금지처분 이전 잠시 판매했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A3 스포츠백 e-트론도 현재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저공해차 인증을 받은 A3 40 TFSI 외에는 카드가 없다 보니, 아우디 측은 500만원의 벌금을 내는 대신 연간 판매량 9.5%를 맞추기로 선택한 것이다.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만 두고 봤을 때는 500만원의 벌금을 내는 쪽이 훨씬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이미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아우디의 입장에서는 '아우디가 또 벌금을 물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덧씌워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아우디 A3 대란 이면에는 대란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향후 해결할 과제도 있어 보인다. 이전에 아우디 A3를 구입했던 오너들은 자신들이 훨씬 비싸게 구입하여 이른바 '호갱'이 되었다는 박탈감을 표출하거나, 이번 대란 때 차를 구입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중고차를 내놓게 되면 중고차 가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아우디가 준비한 물량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가계약이 이루어진 바람에,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차를 배정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후에 차량 배정을 받지 못 하게 된 가계약자들의 불만을 달랠 방법도 구상해야 할 것이며, 특히 A3를 비롯하여 A6 등 아우디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서비스센터 확충 애프터서비스의 강화도 향후 아우디의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팸타임스=선우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