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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신고식을 하고 있는 학생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즈) |
루이지애나주립대학에 입학한 맥스웰 그루버는 어느 날 신입생 환영회에서 '성경 공부'라고 불리는 음주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이 게임은 신입생에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문제를 내고 답을 틀릴 때마다 술을 한 잔씩 마시도록 하는 게임이다. 술에 약한 그루버에게 이 게임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이 만 18세의 학생은 게임 도중 사망했고, 경찰의 보고서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허용된 수준의 6배에 달했다고 한다.
그루버의 사례는 수많은 대학 신입생의 사망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명백히 불법임에도, 현재까지도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빙자한 '신입생 괴롭히기' 혹은 '군기 잡기' 문화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악습이 왜 대학 문화로 자리잡은 것일까? 이런 위험한 사건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괴롭힘의 이유와 이것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용어를 정의하고 그 기원을 이해해야 한다.
괴롭힘이란 무의식적 혹은 고의적으로 수행되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 또는 상황을 말한다. 그룹에 속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거나, 창피를 주거나, 그 사람을 추행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거부하는데도 계속해서 알코올 음료를 권하거나, 유사 성행위를 하거나, 때리는 등의 행동이 괴롭힘이다. 이런 행위는 권력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한 집단에 속할 때 자주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신입생 괴롭힘 문화의 뿌리아 180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는 학교의 엄격한 일정과 종교적 관습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했고 이들은 회원들에게 사회화를 위한 장소를 제공하면서 토론, 에세이 작성 등의 활동을 주최했다. 대학 측에서는 이런 신흥 집단을 비난했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단의 크기를 늘려갔다. 이때부터 사교 클럽, 동아리 활동 등이 대학 캠퍼스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 이런 사교 클럽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부 집단에서는 입문 관행을 계속해서 유지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신입생 괴롭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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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주립대학의 사교 클럽 하우스(출처=셔터스톡) |
프랭클린컬리지의 저널리즘학과 교수인 행크 뉴어는 각 대학에서 괴롭힘이 발생하는 세 가지 이론을 제시했다.
그가 인용한 첫 번째 이론은 인류학자 알도 카미노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진화론'이었다. 이것은 이미 어떤 그룹에 들어올 때 어려운 과정을 겪은 고위, 고참 멤버들이 신입 멤버들이 그룹에 쉽게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괴롭힘이 발생한다.
뉴어는 또한 사회학자인 스티븐 스위트가 상징적 상호 작용주의 관점에서 괴롭힘 현상을 분석한 연구를 인용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나이 많은, 혹은 경험 많은 동료가 주는 제약이나 어려움이 상징적인 힘을 시험하기 위해 고안된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통과해야 다른 구성원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이론은 뉴어 자신이 제안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상위 구성원들에게 마치 숭배와 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신입생을 괴롭히는 주모자들은 그룹 멤버들의 복지보다 집단적인 관행과 복종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는 이것이 그리스생각(Greekthink)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신입생 괴롭힘 문화는 정도에 상관없이 어디에든 존재한다. 심각한 수준이 아닌 신입생 괴롭힘은 낯선 영역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소속감과 자신감, 정체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심리적인 상처, 신체적인 상처, 심각할 경우 죽음까지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신입생 괴롭임 문화도 여전히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불행한 사건을 막으려면 심각한 괴롭힘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퇴학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괴롭힘을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들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뉴어는 피해자의 부모를 포함한 많은 활동가들이 연방법을 발판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6월에는 미국에서 모든 대학이 범죄에 속하는 괴롭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애 제출하고 괴롭힘을 주도한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는 초당파적 법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 신입생 괴롭힘을 예방하려는 비영리단체 등이 설립돼 대학 캠퍼스 내의 괴롭힘을 방지하는 데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위험한 장난을 완전히 없애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전통을 긍정적인 것으로 개선하고 기존의 조치를 강화하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이고 강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 협력, 대화해야 한다.
[팸타임스=강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