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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리터 엔진으로 아반떼를 끌고, 2리터 엔진으로 캐딜락 CT6을 끄는 마법의 힘, 터보

선우정수 2018-07-12 00:00:00

올 9월 출시될 예정인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디자인 부분변경 모델인 아반떼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이 모종의 공개되면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시기에 아반떼에 관련된 소식이 하나 더 들려와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것은 다음 세대 아반떼에는 현재의 1.6리터 엔진보다 훨씬 배기량이 적은 1.15리터 터보 엔진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었다. 1.15리터면 현재 모닝과 스파크, 레이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1리터 엔진과 비등한 수준의 배기량이기 때문에 준중형 차량을 끌기에는 출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에 장착되는 엔진은 터보차저를 적용한 터보엔진이기 때문이다.

■모닝 등 경차에나 어울릴 법한 1리터 엔진으로 아반떼를? 터보 엔진의 원리

터보 엔진이란 '터보차저'가 장착된 엔진을 뜻한다. 자동차의 엔진은 흡기-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으로 연료와 공기를 만나게 하여 폭발을 일으키고, 이 때 발생한 힘으로 엔진을 작동시켜 구동축을 움직이는 회전력을 만들어내는데, 터보차저는 4행정 중 마지막 단계인 '배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동력을 얻고, 그 힘으로 다시 과급기를 돌리게 된다.

이 과급기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산소를 주입하고 압축, 폭발시킴으로써 연소 효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연료 소비를 줄이거나 출력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과급기가 작동하게 되면, 비교적 낮은 RPM(엔진회전수)에서도 높은 출력을 이끌어낼 수 있어 연비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아 모닝과 레이에는 저배기량의 낮은 출력을 만회하기 위해, 터보엔진 라인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기아의 소형 SUV 스토닉도 유럽 수출 모델에는 1리터 터보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1.15리터 엔진으로 아반떼를 끌고, 2리터 엔진으로 캐딜락 CT6을 끄는 마법의 힘, 터보
▲터보차저는 출력 향상을 목적으로 차량 구매 후 애프터마켓에서 별도로 장착하기도 한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때문에 터보 엔진은 동일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 대비 더 높은 연비나 출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터보 엔진의 특성 덕분에 1.15리터의 낮은 배기량의 엔진으로도 아반떼 급의 준중형 세단을 운행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골프나 포드 포커스 등 일부 준중형 차종들이 1리터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1.15리터 엔진의 스펙은 최고출력 130마력에 토크는 20.4kg∙m로, 신형 K3에도 적용되었고 올 하반기 출시될 아반떼 페이스리프트에도 적용될 엔진인 1.6리터 자연흡기 스마트스트림 엔진의 123마력과 15.7kg∙m보다도 우수한 수치다. 심지어 현대 i30과 벨로스터, 북미형 아반떼에 장착되어 있는 140마력, 24.7kg∙m의 토크를 내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스펙이다.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캐딜락 CT6와 볼보 XC60의 공통점은? 2리터 터보 엔진

차기 아반떼에 장착될 수도 있다는 신형 터보 엔진의 배기량이 워낙 낮아 화제가 되었을 뿐이지, 이미 터보 엔진은 우리가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차종들에 장착되어 있다. 당장 아반떼만 해도 고성능 모델을 표방하는 아반떼 스포츠에는 최대 204마력을 내는 1.6 터보엔진이 장착되어 있으며, 해당 엔진은 펀드라이빙을 표방하는 벨로스터와 i30에도 장착되어 있음은 물론, 마력은 180마력으로 다소 낮춘 대신 좀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튜닝되어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K5에도 적용된다. 또한 쏘나타에는 245마력을 내는 2.0리터 터보엔진 라인업도 마련되어 있는데, 이 2.0 터보엔진은 제네시스 G70과 기아 스팅어, 신형 싼타페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1.15리터 엔진으로 아반떼를 끌고, 2리터 엔진으로 캐딜락 CT6을 끄는 마법의 힘, 터보
▲현대기아차에서 사용하는 터보엔진 'T-GDI' 엔진 구조의 일부(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현재 시판 중인 국내 제조업체들의 중형 세단 중에서는 터보 엔진 라인업이 없는 중형차는 SM5뿐이며, 이조차도 이전에는 1.6리터 터보엔진이 있었으나 가격 인하를 이유로 트림을 삭제한 것이다.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에는 1.8리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면 두 가지 엔진 라인업에서 모두 터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SUV와 세단을 막론하고 오늘날 도로를 달리고 있는 디젤 승용차들은 거의 모두 터보가 장착되어 있다고 봐도 된다. 디젤차들은 주로 출력 상승을 목적으로 터보차저를 장착하는데, 쌍용 무쏘의 초기 버전에 장착되었던 논터보 디젤엔진이 2.9리터에 달하는 배기량을 갖고도 고작 95마력에 달했던 것에 반해, 이후 터보차저를 달게 되면서 120마력으로 상승한 것만 봐도 터보차저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잘 달리는 대신 기름은 많이 먹는다'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수입 고급차들 또한 의외로 상당수의 모델들이 보편적인 2리터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하고 있다. 특히 독일계 브랜드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준대형 세단인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은 과거 6기통 엔진을 많이 사용했던 것에 반해 요즘에는 일부 고성능 트림을 제외하면 모두 2리터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하여, 각 트림의 성격에 맞게끔 성능을 튜닝하여 시판한다. 제네시스 G80은 아직도 3.3리터와 3.8리터 등 자연흡기 직분사 엔진이 주요 라인업인 것에 반해, 이제 동급의 독일차들은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1.15리터 엔진으로 아반떼를 끌고, 2리터 엔진으로 캐딜락 CT6을 끄는 마법의 힘, 터보
▲대형 세단임에도 2리터 터보 엔진을 적용한 캐딜락 CT6(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볼보 또한 XC90이나 S90, XC60 등, 소형 모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차종에 들어가는 엔진을 2.0리터 터보엔진으로 통일하고 트림별 성격에 따라 엔진을 튜닝하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트림별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 외에도 비록 유럽계 브랜드는 아니지만, 미국의 캐딜락 또한 터보엔진 사용에 매우 적극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ATS나 CTS 등 중형~준대형 세단 모델들은 물론 플래그십을 담당하는 CT6에도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모델들이 늘어나는 이유,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

이렇게 터보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배기량에서 더 나은 연비와 출력을 제공하기 위함은 아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과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각국의 정부나 국제기관들은 자동차의 연료소모나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1.15리터 엔진으로 아반떼를 끌고, 2리터 엔진으로 캐딜락 CT6을 끄는 마법의 힘, 터보
▲대기오염은 물론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자동차 배기가스의 규제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출처=픽사베이)

이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가장 적절한 대응은 단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 개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만들어본 적이 없는 종류의 차이기 때문에 개발비용이나 노하우 축적 등의 문제로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차선책으로 연비도 높이고 배출가스도 줄일 수 있는 터보엔진에 자동차 업계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터보엔진이 많이 보급된다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터보차저 등 부품의 추가나 출력 및 연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은 필연적으로 차량의 가격상승 요인이 될뿐더러, 터보 관련 부품들은 일반 부품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아, 신차 구입 후 동력계 보증이 끝난 상태에서 해당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고가의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은,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RPM 상승에 따라 선형적으로 출력이 상승하면서 느껴지는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이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엔진 사운드들이 저배기량 터보 엔진들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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