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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거짓말하는 이유.."현실과 상상 구분 잘 못해"

심현영 2018-07-09 00:00:00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이유..현실과 상상 구분 잘 못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아기(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은 가끔 절대 사실일 리 없는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일어난 적 없는 일을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일어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실제 많은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지어내곤 한다. 매릴랜드 포트맥 아동 정신의학과 마이클 브로디 박사는 "어린 아이일수록 진실과 허구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가 자랄수록 지어낸 이야기 수준도 정교해져, 이에 대한 대처법을 고민하는 부모들도 있다. 무턱대고 이야기를 지어내지 못하도록 훈육하는 것이 아이의 창의력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 혹은 아이가 고민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불통의 사태가 발생할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녀를 정직한 어른으로 길러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딜레마 때문에 왜 아이들이 이야기를 지어내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지어내는 허구의 이야기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상일까, 아니면 걱정해야 하는 일일까?

아이들은 대개 유아일 때부터 거짓말을 한다. 특히 스스로를 위해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2~3세 아기는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해서 이를 감추기 위해 아니면 뭔가를 가지고 싶을 때 거짓말을 한다. 이 시기에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 경우 아이들은 더 많은 거짓말을 지어내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상상 속 친구들 이야기를 하거나,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순수한 놀이일 수도 있고, 원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투영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아동 정신과 의사이자 '개성 있는 아이 키우기(Raising Kids with Character)' 저자 엘리자베스 버거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이 엄밀한 의미에서 거짓말은 아니다"며 "아이가 상상 속 친구를 가리켜 진짜라고 말하는 것은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상상 속 존재가 얼마나 생생하고 중요하며, 두드러지는가를 강조하기 위해 하는 설명에 가깝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녀가 상상 속 친구의 존재로 인해 기뻐한다면, 실제 삶 속에서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학교에 들어간 이후의 아이들은 뚜렷한 이유를 가지고 거짓말하기 시작한다. 이들 중 일부는 거짓말을 했음을 자백하며 그 과정에서 민감성과 자각을 배운다. 즉, 이 나잇대 아이들은 이제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된다. 이 연령대 아이들은 대개 상황을 알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이유로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10대에 접어든 아이들은 이제 '거짓'과 '진실'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간에 존재하는 회색 지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점점 더 부모로부터 독립된 삶을 구축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밀을 가진다. 이는 매우 정상적인 현상이며 결코 부정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녀가 정상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아이들이 어떤 경우에 거짓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를 알면 아이와 완전히 단절되는 일을 피하고, 아이들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으며 거짓말을 하더라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게 되는 몇 가지 주된 이유를 살펴보자.

1. 인정받고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를 멋지게 보이도록 거짓말을 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래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으려고 한다. 이는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아니다.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외면하고, 타인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낸다.

2. 호기심 때문에

때로는 일부러 이야기나 상황을 지어내고 그 결과를 보고자 하는 아이들도 있다. 다양한 상황을 시험하면서 결과를 지켜보려는 것. 상대방의 기분과 반응을 살피고 싶은 욕구가 내포돼 있다.

3. 선의의 거짓말

아이들도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사실 거짓말이라기 보다 타인의 기분을 배려하는 사회 기술 중 하나다.

내 아이의 거짓말, 정상일까?

당연히 자녀가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쓰인다. 어떻게 해서든 거짓말을 멈추게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발달적 관점에서 볼 때 거짓말은 아이가 스스로의 욕망과 감정, 관점, 그리고 신념 체계를 이해하고 형성하는 최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거짓말은 좋은 신호기도 하다.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욕 존제이칼리지 앤젤라 크로스먼 심리학 교수는 "지능지수가 높은 유치원생일수록 거짓말 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명히 주의 깊게 보고 제지해야 할 거짓말도 있다. 거짓말이 정신 질환의 징후인 경우가 그러하다. 거짓말은 반항성 장애의 증상일 수도 있고, 우울이나 불안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정신적 질환을 감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이유..현실과 상상 구분 잘 못해
▲창 밖을 보고 있는 아기(출처=게티이미지뱅크)

부모의 역할은?

어른으로서 우리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때문에 아이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보다 관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버릇을 고쳐 놓겠다며 신체적 또는 언어적 처벌을 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아이들은 꾸짖을수록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운 마음에 거짓에 기대게 된다.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감정적, 도덕적 소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거짓말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진실을 이야기 할 때 어떤 장점이 있는지 등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한 이야기가 정말 거짓말인지부터 확인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너 거짓말 아니야?'라며 다그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가 겁먹지 않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팸타임스=심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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