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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여자아이(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우린 언제나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자녀의 안전을 위해, 자녀가 원하는 것 이상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최선을 다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때문에 10대 자녀와 부모 사이에는 잦은 충돌이 일어난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지나치게 과잉보호하고 너무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
어쩌면 과잉보호는 부모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성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에 기반해 아이들에게 최선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려 한다. 그러나 단순한 과잉보호를 넘어서서 편집증 또는 유해한 양육 방식을 고집하게 된다면 결국 자녀와의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양육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양육의 정답을 알려주는 매뉴얼이나 설명서, 책 같은 것은 없다. 누구나 아이를 낳아 길러보며 하나씩 배워 나가는 것이다. 양육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특정한 양육 방식은 유해할 수 있는 것. 그런데 누구나 자신만의 육아 주관이 있다 보니, 스스로 잘못된 양육 방식으로 아이를 기르고 있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퍼타일 칙(The Fertile Chick)'은 잘못된 양육에 대해 '아이에게 전달되는 행동으로 현재 그리고 미래에 특정 유형의 정신적, 육체적 또는 심리적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정의한다.
육아 전문 웹사이트 '위해브키즈'는 잘못된 양육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교육한답시고, 혹은 버릇을 고친답시고 자녀의 자존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손상을 입히는 양육 방식을 사용한다. 스스로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자. 잘못된 양육은 아이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황폐화한다.
다른 아이나 형제, 자매를 칭찬하면 문제의 자녀가 깊은 반성과 깨달음을 얻어 당신이 원하는 훌륭한 아이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가? 미안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자녀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모든 아이는 각자 저마다의 재능과 특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왜 남들처럼 되지 못하느냐'고 닦달한다면, 아이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일은 그만 두고, 정체성과 특별함을 인지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때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너무 굳게 믿어서, 아이가 나와 똑같은 성인으로 자랄 것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분명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를 받긴 했지만, 얼마든지 자신만의 습관이나 특성을 발달해 나갈 수 있다. 타고난 성향이나 특성 자체를 비판하는 부모는 사실상 그 아이의 자존감과 정신적 뿌리를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정체성 자체에 대해 비판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을 뿐 아니라 스스로 가치 없고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 느낀다.
자녀가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말에 따르고 순응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은 모두 자녀의 안전과 안녕을 위한 것이라 믿으며, 자식의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리하고 통제하려 든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해 볼 기회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결정능력을 키우기도 어렵다.
이처럼 순응을 강요하는 부모는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 든다. 예컨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지 말이다. 아이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피로도는 쌓여 갈 것이다. 결국 부모와 자녀 사이에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의 골이 생겨버릴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자녀가 타고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시키고 보다 현실적인 진로를 추구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순응을 강요하는 부모의 한 예시라 할 수 있다.
실수란 삶의 일부와도 같다. 세상에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고, 이미 저지른 실수를 되돌릴 수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미 저지른 실수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들은 자녀가 모든 일에서 완벽하기를 기대한다. 실수란 치명적인 오점이며 용납할 수 없는 죄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녀에게 불가능할 정도의 높은 기준을 강요한다.
이런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그 어떤 위험도 지지 않으려 하게 된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자신이 아는 것, 익숙한 것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성향을 갖게 된다. 소극적 성향으로 인해 또래 집단에서 괴롭힘을 당할 될 확률도 높다.
살면서 하는 경험 중 가장 쓰라린 것은 아마 거절당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나를 거절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라면? 아이의 꿈을 꺾어버리는 부모가 유해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들은 단순히 '비현실적이다'라거나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는 이유로 꿈을 꺾는다. 결국 자녀는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스스로 원하지도 않는 안전하고 정상적인 일 외에는 도전해 볼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이의 삶을 하나하나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부모가 있다.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지만, 그렇다고 자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기세로 모든 것에 간섭하려 들어서는 곤란하다. 이 부모들은 자신이 미리 계획해 두면 자녀가 안전하게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행동이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출생에서부터 결혼, 직장 선택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과정에서 항상 자녀보다 부모의 의견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성적만 가지고 역량이나 지성을 판단하는 부모는 결국 자녀에게 '너는 평균 이하야'라거나 '너는 멍청한 아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부모에게는 1등 아닌 다른 점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식의 양육이 계속 되면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고, '정말 내가 멍청한가보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완전무결하고 복종적이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이를 원한다. 자신의 기대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고치고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틀에 맞춰 아이를 우겨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외모나 직업 등에 대해 남들을 많이 의식하게 된다.
칭찬에는 인색하고, 비판하는 것만 좋아한다.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 것, 칭찬을 해줄수록 아이의 기가 살아나고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을 이들은 알지 못한다.
잘못된 육아를 하는 부모는 순종적인 아이를 좋아한다. 이들은 부모의 말이 곧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위해브키즈에 따르면, 이들 부모는 아이를 소유물로 보는 경향이 강하며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명령하고 조종하며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입맛대로 바꿔나갈 수 있는 아이를 좋아하며, 스스로의 주관을 내세우며 부모의 기준에 맞춰주지 않는 자녀에게 위협을 느낀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감이 결여되고, 부정적이며, 소극적이 된다.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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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모든 부모는 자녀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언제나 최고의 것만을 주려 한다. 불행하게도,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한들 방법이 잘못된다면 아이에게 깊고 아픈 상처만 남긴다.
아이는 아이답게 자랄 때 가장 행복하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독립적인 성인으로 커갈 수 있도록, 문제 상황이 생겨도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것, 필요할 때 언제나 부모가 자신의 편이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야 말로 부모의 역할이다. 가족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돌아가 쉴 수 있는 피난처가 되어 주어야 한다.
[팸타임스=김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