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군집생활을 하며 초음파로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늘다람쥐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국가보호종이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늘다람쥐가 이렇게 점점 발자취를 감추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하늘다람쥐는 핀란드, 발틱해에서 동시베리아, 사할린, 러시아 등지까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베리안 하늘다람쥐(Siberian flying squirrel)다.
핀란드의 경우 숲개발로 10~20년 동안 하늘다람쥐가 20~58% 정도 줄어들면서 현재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에서는 보호종으로 분류되었다. 러시아의 경우 카레리아 지역에서 핀란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 역시 196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개발로 인해 하늘다람쥐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국내의 하늘다람쥐는 멸종 수준인 320마리 수준까지 개체수가 줄어들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이며, 1982년부터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328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반면 미국 하늘다람쥐는 LC등급(Least Concern: 멸종 위험이 낮고 위험 범주에 도달하지 않은 관심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국토가 매우 넓고 하늘다람쥐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의 '숲'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도 이런 조건의 숲이 줄어들면서 자연 상태에서의 하늘다람쥐 수가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하늘다람쥐의 개체수가 세계적으로 점차 감소하는 두 번째 원인은 하늘다람쥐가 자연에서 먹이사슬 최하층이기 때문이다. 숲에 사는 하늘다람쥐는 라쿤, 청설모, 뱀 등에게 공격을 당하며 먹이로 희생되기도 한다.
그래서 숲에서의 하늘다람쥐의 평균 수명은 매우 짧다. 게다가 주식인 나무열매가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벌레 등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천적이 없더라도 평균 3~4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 하늘다람쥐는 자연상태에서 번식을 1년에 1회도 못하며 많은 경우 2~3년에 1회밖에 못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세계 각국의 하늘다람쥐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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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의 최대 천적인 동부회색하늘다람쥐는 성체 하늘다람쥐에 비해 무게가 10배다. (사진: 네이버카페) |
하늘다람쥐가 살 수 있는 조건을 지닌 숲을 늘리지 않으면 하늘다람쥐는 결국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숲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그리고 숲을 늘린다는 것은 하늘다람쥐를 위해서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역시 국가에서 하늘다람쥐라는 동물에 관심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개인이 하기에는 막대한 가격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늘다람쥐의 멸종을 우려한 사람들이 국내 민간자연보호단체 등을 통해 숲에 하늘다람쥐가 살 수 있도록 둥지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청설모나 다람쥐로부터 보호할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국내에서도 하늘다람쥐가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
하늘다람쥐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 팬더의 경우처럼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숲에 하늘다람쥐의 먹이인 과일과 도토리를 제공해야 하며, 특히 아기 하늘다람쥐의 가장 무서운 천적인 다람쥐와 청설모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면 하늘다람쥐는 비로소 신변의 안전과 행복을 느끼고 다시 번식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야생에서는 멸종위기종이며 평균수명이 3~4년으로 짧지만, 특이하게도 사람이 분양받아 반려하면 최대 20년까지 수명이 늘어난다. 그리고 야생성이 약한 편이며 발정증상이 없어서 하늘다람쥐는 온순하고 영리하며 사회성이 높다.
사람과 함께할 때 하늘다람쥐가 오래 사는 것에 착안하여 루블리제라는 회사에서는 인공적으로 숲을 조성하여 미국 하늘다람쥐를 보호하고 있다.
하늘다람쥐 전문병원 원장 백철승 수의사에 따르면, "하늘다람쥐는 인간이 보호구역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숲에서 살게 했을 때 수명이 연장되며 결국 종이 보존되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을 때 개체수가 늘지만, 하늘다람쥐처럼 지능이 높아 환경변화에 예민하고 먹이사슬의 최하층이 될 수 밖에 없는 작은 체구의 동물을 야생에 내버려두면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수십 년 후에도 지금의 하늘다람쥐를 계속 보고 싶으면 인간의 보호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팸타임스=박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