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현대차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에 대한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엠과 포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메르세데스 벤츠, BMW와 토요타 등이 합종연횡을 펼치며 교류하던 와중에도 외골수로 보일 정도로 독자 개발에 매진하던 현대가 드디어 타사와 협력구도를 결성했다는 것도 이례적일뿐더러, 아우디의 연구개발능력과 시너지를 통해 수소전기차의 입지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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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수소전기가 컨셉트 모델인 '아우디 h-트론 콰트로 컨셉트'. 현대차와 연구개발을 협력하게 된다면, 향후 현대차와 아우디는 수소발전 시스템을 공유하게 된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수소차 시장 선점을 위해 2022년까지 총 2조 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골자의 '민관 공동 수소차 산업생태계 구축' 계획이 발표된 바 있고, 청와대도 올해 내구연한이 만료되어 교체가 필요한 20대의 업무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는 가운데 현대의 수소전지차 '넥쏘'를 구매 리스트에 포함하는 등, 최근 수소차가 전기차 못지 않게 친환경차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수소전기차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수소차 관련 기사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소차'는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을 편의상 '수소차'라고 약칭한 것으로, 수소연료전지차, 연료전지차, 수소전기차, 수소전지차 등으로 부르는 쪽이 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과거에 친환경차의 대안으로 가솔린 엔진 대신 수소를 태워서 엔진을 구동하는 진정한 의미의 '수소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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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실험작 'BMW 하이드로겐7'.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통해 엔진을 구동하는 '진짜' 수소차였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BMW가 7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든 'BMW 하이드로겐7' 등이 대표적인 차종으로, 출시 당시에도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연구개발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이며, 당시 미흡한 기술력 탓에 연료 효율이 떨어져 결국 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다가 최근 연료전지차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러한 차종이 '수소차'의 바통을 이어 받고 있는 중이다.
최근 친환경차의 미래 트렌드를 두고 수소차와 전기차 중 누가 패권을 잡을 것이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수소차도 전기차의 일종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일반적인 전기차가 외부의 플러그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 배터리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여 주행한다면, 수소전지차는 고압의 수소 탱크에 저장해 놓은 수소가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낸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를 통해 모터가 구동하는 방식인 것이다.
수소차의 장점 중에는 전기차와 공유하는 장점이 많다. 우선 주행과정에서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공기 질에 일조하는 친환경적인 요소가 있으며, 일반적인 내연기관 엔진보다는 훨씬 조용한 모터 구동음 덕분에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발진 초기부터 높은 토크를 내는 모터의 특성상 초반 가속력이 우수하여 스트레스 없는 운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수소차와 전기차가 함께 갖는 장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수소차 보조금 또한 수소차 구매 시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수소차 보조금 액수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던 국내 전기차 보조금조차 뛰어넘는 수준으로, 중앙정부 보조금 2천2백5십만원에 지차체 별로 1천만원에서 최대 1천2백5십만원까지 추가로 지급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400만원과 교육세 120만원, 취득세 200만원 등 최대 720만원의 세제혜택까지 받으면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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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수소차 넥쏘는 중앙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중형급 SUV 중상위 트림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
현대차의 경우 첫 수소연료전지차였던 투싼ix 퓨얼셀이 8,500만원이었던 것에 반해, 올해 출시한 SUV인 넥쏘는 크기를 더 키우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를 추가했음에도 6천8백만원대~7천2백만원대로 투싼 수소차 대비 오히려 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양산 기술력이 향상되어 좀 더 가격대가 낮아지면, 머잖아 보조금 적용 시 내연기관 차량 수준의 가격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기차 대비 짧은 충전시간과 긴 주행거리도 수소차의 매력으로 꼽힌다. 전기차의 경우 급속충전을 이용한다 해도 최소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급속충전을 할 때는 배터리 손상을 막기 위해 100% 충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롯한 최대주행거리를 누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완속충전을 하려면 배터리 용량에 따라 길게는 6~7시간 이상 충전해야 완충을 기대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수소차는 수소탱크를 가득 충전할 때까지 약 5분 정도의 시간만이 소요된다.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주유시간보다 조금 긴 수준이다. 또한 초기형 전기차들이 100킬로미터 내외의 최대주행거리를 보였고, 최근에 와서야 400킬로미터를 넘긴 것에 반하여, 수소차의 경우 투싼 수소차도 이미 400킬로미터 수준의 주행거리를 보였고 넥쏘는 최대 60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에 비해 역사가 훨씬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주행거리를 보이는 만큼, 향후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더욱 긴 주행거리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핫한 전기차조차 여전히 인프라 부족이 지적되고 있을 정도다. 하물며 수소차 또한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충분한 개수의 수소차 충전소 구축이다. 국내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는 2018년 6월 기준으로 고작 8곳에 불과하다. 아무리 최대 주행거리가 600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해도 장거리 주행을 시도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나마도 강원도나 경북, 충북 및 내륙 지방에는 아예 전무한 상황이어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아예 차를 살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다. 게다가 수소 충전소는 한 곳을 짓는 데에만 3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민간기업이 섣불리 시도하기도 애로사항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당장 올해 중으로 수소차 충전소를 총 39곳으로 늘리고, 2020년에는 130곳, 2022년에는 310곳까지 늘려 수소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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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충전가격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지만, 이조차도 우선은 수소차 충전소 확충이 선결되어야만 진행 가능한 논의다(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또 하나의 과제는 수소충전가격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환경을 지키겠다는 목적보다는 연료비 절감을 목표로 한다. 연료비는 자동차 유지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전기차의 충전비용이 주유비 대비 압도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보니, 전기차가 아직은 가격이 비싸고 주행거리나 충전 인프라 등에서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등 단거리 운전이 주를 이루는 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소충전가격은 이러한 메리트가 떨어지는 편이다. 수소가격은 보통 1킬로그램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그나마 가장 저렴한 수준인 울산 수소충전소가 1킬로당 4,500원이며 홍성과 광주는 8,000원, 창원은 무려 1킬로그램 당 1만원이다. 아직까지는 운송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충전소별 가격 편차도 큰 것이다.
넥쏘의 수소탱크 용량은 6.33킬로그램으로, 수소충전비용이 가장 저렴한 울산에서는 그나마 2만8천원 선에서 완충이 가능하지만, 중간 가격대인 홍성이나 광주 수소충전소에서 충전하더라도 5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심지어 창원에서 완충하면 6만3천원대로, 현재 디젤차량 가득 주유 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금액이 올라가는 만큼, 굳이 수소차를 살 만한 메리트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수소차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수송용 수소연료에 대한 비과세를 유지함과 동시에, 생산량 증대와 운송비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수소 가격을 LPG 가격보다 낮은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팸타임스=선우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