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지난 10일, 자사의 중형 세단인 '어코드'의 신형 모델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한지 1개월만이다.
요 몇 년 사이 국내 수입차 시장을 독일차가 주도하면서 일본차들은 상대적으로 조촐한 라인업으로 차를 판매했던 것에 반하여, 이번 어코드는 저렴한 세금과 연비로 가성비를 기대할 수 있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과 고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 그리고 친환경과 연료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북미시장에서 출시했던 엔진 라인업을 모두 들고 오면서 모처럼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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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10세대(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현재 국내시장에서 시판 중인 일본차들은 대부분 북미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델을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국내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는데, 북미지역은 상대적으로 유가가 저렴할뿐더러 소비자들 또한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엔진회전질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형세단에도 2.5리터나 3리터 이상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혼다 어코드는 물론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도 이와 같은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 수입, 판매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엔진 배기량은 세금과도 직결되고, 유가가 싼 편이 아니다 보니 연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중형세단=2리터'라는 불문율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랜저 같은 준대형 세단에나 어울릴 법한 엔진 배기량의 일본산 중형세단들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조차 2리터 터보 엔진과 디젤엔진을 앞세우는 와중에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혼다 어코드 10세대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통해 고출력과 효율은 살리면서 일본차의 약점이었던 고배기량 문제를 해결해냈다. 2.4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1.5리터 터보엔진은 1리터 가까이 배기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최대 출력은 4마력 늘어난 192마력을 구현해 냈다. 또한 3.5리터 6기통 엔진을 대체하는 2리터 터보엔진은 비록 이전 엔진보다 30마력 가량 낮은 252마력의 최대 출력을 갖고 있지만, 여기에 10단 변속기를 매칭하여 효율적인 동력 전달을 도모하고 있다.
캠리와 알티마는 물론 쏘나타와 말리부 등을 통틀어, 국내 시판 중인 중형 세단 중 10단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은 현재로서는 어코드가 유일하며, 캠리와 알티마는 입문형 모델의 배기량이 여전히 2.4리터~2.5리터임을 감안하면 어코드의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신형 어코드는 가장 주된 경쟁상대로 도요타 캠리20을 지목하고,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캠리의 판매량을 추월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10여 년 전,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에 좋은 판매량을 보였던 8세대 어코드의 명성을 되찾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혼다코리아 측이 지난 10일 공개한 차종별 가격을 보면, 가격 대비 다소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혼다 어코드 신형 중 입문형 모델이라 볼 수 있는 어코드 1.5리터 가솔린 터보엔진 모델의 가격은 3,600만원대로, 이는 도요타 캠리2018의 입문형 모델인 2.4리터 가솔린 모델보다 좀 더 비싸다.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 2018과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기본 모델인 'EX-L' 모델은 가격도 비슷하고 연비는 어코드 측이 좀 더 좋다. 하지만 캠리는 토요타의 주행보조 시스템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를 트림별 구분 없이 모두 기본으로 적용한 것에 비해, 혼다의 주행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은 어코드 1.5리터 모델에서는 아예 선택조차 할 수 없고,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에도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300만원 가량 비싼 '투어링' 모델에만 혼다 센싱이 장착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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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 좋은 판매량을 보이며 혼다 브랜드를 알렸던 8세대 어코드(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
하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우세하다고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다. 작년 가을 캠리 신형 출시에 이어 올 봄 연이어 어코드 신형이 출시됨에 따라, 모처럼 치열해진 일본 중형세단 경쟁에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팸타임스=선우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