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의 반려동물 보호소들이 구조 서비스의 지속적인 압박과 입양률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상승과 주거 환경의 제약이 반려동물 입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조 기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 동물복지 단체인 호주 반려동물 네트워크(CANA)가 발표한 2024~2025년 ‘반려동물 복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보호소와 임시 보호 시설에 들어오는 개와 고양이 수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입양률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례는 여전히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보호소에 상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CANA 소속 5개 회원 기관의 집계 자료 기준으로, 반려동물 포기 건수는 전년 대비 6% 감소했으나, 전체 입양 건수는 17%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CANA는 현재 호주 사회 전반에 퍼진 생활비 부담과 주거 불안정성이 입양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ANA 최고경영자(CEO)인 트리쉬 에니스(Trish Ennis)는 "반려동물이 사랑하는 가정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반려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최상의 결과"라며 "그러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보호소 입소 동물의 유형 및 경향에 대한 데이터도 포함하고 있다. 전체 고양이 입양 건수는 보호소 전체 입양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보호소에 입소한 고양이의 절반 이상은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고양이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조기 중성화 수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근거로 활용되며, CANA는 저비용 중성화 프로그램의 전국적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기 동물의 구조 및 재회율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소로 입소된 개의 61%는 길을 잃은 유기견으로 분류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원래 가족과 재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양이는 개에 비해 보호자와 재회할 가능성이 낮았으며, 개는 고양이에 비해 가족과 재회할 확률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에니스 CEO는 이 수치에 대해 "신원 확인과 마이크로칩 등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포기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임대 거주지의 반려동물 금지 조항 ▲높아진 생활비 ▲소유자의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에니스는 "비록 포기율 자체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주거 문제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반려동물과의 동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제도 개선 움직임이 보호소 동물 수 감소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CANA가 운영 중인 반려동물 친화형 노인 요양시설(PFAC) 프로그램은 고령층의 반려동물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지난 2025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노인 요양 시설 이용자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니스는 “PFAC 설문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반응은 노인들이 반려동물과 지속적으로 유대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며,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고 밝혔다.
CANA는 또 최근 감염예방관리전문기관인 Australasian College of Infection Prevention and Control과 협력해 노인 요양시설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소스 키트’를 개발했으며, 이는 이미 일부 요양 시설에서 활용되고 있다.
에니스는 “노인 요양 서비스 전반에 여전히 많은 개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람과 반려동물의 유대는 단순한 정서적 위로를 넘어, 신체적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40%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 사회 전반의 반려동물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전국적 차원의 옹호 활동도 지속되고 있다. CANA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우선 과제로 △반려동물 중성화에 대한 교육과 홍보 강화 △그레이하운드 경주의 전국적 금지 촉구 △노인 요양 시설에서 반려동물 수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에니스는 “CANA 회원 단체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 덕분에 실제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든 호주인이 어떤 상황에서도 동물과의 동반자 관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ANA는 반려동물 복지와 사람의 삶이 함께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를 위한 정책 제안과 제도 개선을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