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times

북미, 수의 진료 못 받는 반려동물 급증… 북미 반려인 절반 “치료 포기”

사진제공: 고로덴코프 / 셔터스톡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수의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반려동물은 북미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원해도 비용, 거리, 접근성 등의 이유로 포기하는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PetSmart Charities와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이 공동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가운데 지난 1년간 수의사를 한 차례라도 방문한 비율은 각각 41%에 불과했다. 이는 과반수에 못 미치는 수치로,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치료가 필요함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설문 조사는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성인 2,498명, 캐나다에서 같은 조건의 2,0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가운데 미국은 52%, 캐나다는 50%가 반려동물에게 의학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병원 방문을 거부하거나 아예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18세에서 29세 사이 젊은 보호자층에서 돌봄 포기율이 가장 높았다. 두 나라 모두 해당 연령대에서 수의 진료를 받지 않은 비율이 59%에 달했다. 미국 내에서는 연소득 6만 달러 미만 가구, 흑인 및 히스패닉계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진료 회피 경향이 뚜렷했다.

실제 이유를 살펴보면,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수의 진료를 받지 않은 미국 보호자의 71% 이상은 진료비가 너무 비싸거나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보호자들도 67%가 같은 이유를 들었다.

포브스 어드바이저(Forbes Advisor)에 따르면, 미국의 주별 수의사 방문 평균 비용은 57.65달러에서 71.95달러 사이였으며, 캐나다에서는 올해 기준으로 85캐나다달러에서 130캐나다달러 사이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나은 가구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고소득 가구 역시 수의 진료를 거부할 확률이 소득 하위 가구에 비해 약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 보호자일수록 치료의 가격 대비 실효성을 더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의 경우, 거리도 큰 제약이 되는 요소로 지목됐다. 특히 수의사 병원이 반려동물 주거지로부터 1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응답자일수록 정기 검진 등 예방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았다.

진료를 회피한 이유로는 실용성 부족도 포함됐다. 미국 보호자의 29%, 캐나다 보호자의 21%는 치료가 자신이나 반려동물의 상태에 비춰 실용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답했다. 통증이나 치료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든 응답자도 미국에서 11%, 캐나다에서 16%에 달했다.

반면, 수의사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유로 들은 응답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미국은 7%, 캐나다는 9%만이 수의사에 대한 불신 때문에 치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수의사를 찾아간 보호자들의 경험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미국에서는 수의사 진료를 받은 보호자의 83%, 캐나다에서는 80%가 진료비가 들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진료를 받지 않은 반려동물에게는 명확한 후폭풍이 뒤따랐다. 미국 응답자 가운데 치료를 포기한 보호자의 53%는 이후 3개월간 반려동물의 상태가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됐다고 답했으나, 4%는 상태가 악화됐고 10%는 반려동물이 결국 사망했다고 응답했다. 캐나다에서도 12%가 상태 악화나 사망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단지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미국과 캐나다의 반려인 3명 중 1명꼴로,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반려동물을 잃은 친구나 가족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치료 비용 부담이 단지 통계적 수치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반려동물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안내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는 치료를 거부한 반려인 가운데 73%, 캐나다에서는 약 80%가 병원에서 더 저렴한 치료 옵션이나 분할 지불 계획을 제안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른 의료 제공자나 수의사를 추천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도 미국 76%, 캐나다 80%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많은 반려인들은 기존 병원 시스템 외의 대안을 찾고 있다. 미국 보호자 10명 중 4명은 지역 내 저가 진료소, 가정 방문 수의사, 원격 진료 등에 관심을 보였고, 캐나다에서는 수의사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인터넷, 지인, 펫 전문가 등 비전문적 조언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았다.

캐나다 응답자 중 20%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수의사 진료 없이 대체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답했다. 이는 공식적인 진료 시스템 외에 다른 채널을 통해서라도 반려동물 건강을 챙기려는 보호자들의 현실적인 대응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추천 진료와 비용 간의 간극, 그리고 저렴한 진료 옵션의 부족이 결국 보호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 접근성과 경제성 면에서 상당수 보호자들이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아픈 동물을 바라보며 병원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 문턱을 낮추지 않는 한, 반려동물 복지의 사각지대는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주현웅 기자
Copyright ⓒ 팸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