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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마지막 호랑이, 순다호랑이 멸종위기 ‘심각’ 수준

사진 : 픽사베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만 서식하는 순다호랑이(Sunda Tiger, Panthera tigris sondaica)의 개체 수가 400마리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 환경임업부(KLHK)가 발표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 개체는 약 370~450마리 사이로 추정되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종을 멸종위기 등급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급(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하고 있다.

순다호랑이는 과거 자바·발리·수마트라 등 순다열도 전역에 분포했던 ‘순다표범아속 호랑이’의 마지막 생존 아종이다. 

자바호랑이(Panthera tigris sondaica)와 발리호랑이(Panthera tigris balica)는 각각 1980년대와 1950년대에 멸종한 것으로 기록돼, 현재는 수마트라섬 개체만이 남아 있다. 학명은 ‘Panthera tigris sondaica’로 통합돼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수마트라호랑이(Sumatran Tiger)’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순다호랑이를 ‘국가보호야생종’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수마트라섬 내 12개 국립공원에서 집중 보호 중이다. 

대표적으로 구눙르우세르국립공원(Gunung Leuser National Park), 케림시 국립공원(Kerinci Seblat National Park), 부킷바리산셀라탄국립공원(Bukit Barisan Selatan National Park)이 주요 서식지로 꼽힌다. 이 지역들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순다호랑이는 평균 몸길이 240㎝ 내외, 체중 100~140㎏ 정도이며, 호랑이 아종 중 가장 작다. 짙은 황갈색 바탕에 좁고 촘촘한 줄무늬가 특징이며, 밀림 환경에 적응해 체구가 작고 무늬가 선명하다. 주로 멧돼지, 사슴, 원숭이 등을 사냥하며, 야행성 습성을 보인다.

서식지 파괴와 밀렵이 주요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 환경임업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수마트라섬의 산림은 팜유 농장 확장으로 약 20%가량 감소했다. 

또한 호랑이 가죽과 뼈를 노린 불법 밀렵이 지속되면서 개체 수 회복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2023년 한 해 동안 밀렵 및 불법 거래 관련 사건 30여 건을 적발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야생동물보전협회(WCS)는 현지 보호단체와 협력해 서식지 복원사업과 인공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서식지에는 자동카메라 400여 대가 설치돼 개체의 이동 경로와 번식 상황이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22년에는 새끼 호랑이 3마리가 생후 6개월가량의 건강한 상태로 포착되기도 했다.

순다호랑이는 유전적으로 다른 호랑이 아종과 구별되는 독특한 계통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벵골호랑이나 아무르호랑이보다 더 오래전인 약 1만 년 전쯤 아시아 본토와 분리돼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아종이 사라질 경우, 호랑이의 한 독립 계통 자체가 소멸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순다호랑이의 생존을 위해 서식지 연결 통로 확보와 지역 주민의 참여형 보전 정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유전자 다양성 보전을 위해 일부 순다호랑이를 포획해 관리형 번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자카르타 랑카스비통 야생동물센터에서는 2024년 기준 13마리의 순다호랑이가 관리 중이며, 일부 개체는 향후 복원된 서식지에 방사될 예정이다.

한편, IUCN은 “수마트라섬 내 지속적인 산림 벌목과 불법 사냥이 멈추지 않는다면, 순다호랑이는 자바·발리호랑이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주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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