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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구 4분의 1이 반려동물 양육…‘가족’ 넘어 제도 정비해야

사진 : 픽사베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에 따른 제도 정비와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3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가구의 25.4%가 반려동물을 양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가구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의미다. 2022년의 22.6%에 비해 2.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려동물 종류는 반려견이 75.3%로 가장 많았고, 반려묘는 27.7%로 조사됐다. 일부 가구는 두 종류 이상의 반려동물을 동시에 양육하고 있어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로는 ‘정서적 안정과 외로움 해소’가 72.8%로 가장 많았으며,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유대감’(36.1%), ‘취미·관심사’(24.1%)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80.3%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해, 단순한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인식이 주류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건강을 고려한 사료나 간식을 구입한다는 응답은 88.4%, 정기적인 건강검진 및 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응답도 61.7%에 달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서비스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74.4%가 최근 1년 내 동물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1회 평균 진료비는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로 조사됐다. 보호자들의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진료비(63.7%)로, 이는 동물 진료비에 대한 공공 지원이나 가격 투명성 확대 요구와 맞물려 제도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부터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모든 동물병원은 주요 진료 항목의 가격을 병원 내외부에 명시해야 하며, 가격 정보를 통해 보호자들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반려동물 증가에 따른 유기동물 발생도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 수는 총 116,984마리로 집계됐다. 개가 73,136마리, 고양이가 42,069마리로 나타났으며, ‘유실·유기’가 발생 원인의 77.7%를 차지했다.

유기동물 중 29.3%는 기존 보호자에게 반환됐고, 25.2%는 입양을 통해 새로운 보호자를 찾았다. 하지만 22.5%는 안락사 처리됐으며, 16.2%는 자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절반 가까운 유기동물이 새 삶을 찾지 못하고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려견에 국한된 현행 등록제를 반려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반려견만 동물등록 의무 대상이며, 3개월 이상 개는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반려묘 유기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등록제 확대를 통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반려동물 장례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반려동물 사망 시 불법 매립하거나 생활 쓰레기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국에 30여 곳의 반려동물 전용 화장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망 시 ‘화장’을 선택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85.1%로 가장 많았다.

화장 후 유골을 유골함에 보관하거나 수목장 형태로 안치하는 방식이 대중화되고 있으며, 장례 절차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서비스 업체도 증가 추세다. 일부 지자체는 반려동물 장례비 일부를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반려동물의 수명 증가에 따라 노령동물을 위한 재활치료, 인지장애 진료 등 전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반려견이 약 14.5년, 반려묘는 15.2년으로 조사됐으며, 고령 반려동물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대학 동물병원과 일부 전문 병원에서는 노령 반려동물 전담 진료과를 신설하거나 치매 조기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의사 부족 문제도 제기되고 있으며, 전문 분야별 수의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민간 보험사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과 시범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보험 상품은 주로 진료비 보장, 입원비, 제3자 피해 배상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보험료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반려인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2023년 기준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총 1,521건으로, 이 중 학대 행위가 다수를 차지했다. 고의적 동물 학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며, 실제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존재한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 동물 거래나 미등록 번식장 운영 등도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단속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생후 몇 주 되지 않은 반려동물을 거래하거나, ‘공짜 분양’ 형식을 빌려 법망을 피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양육이 일상화되면서, 단순한 정서적 교감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공공 정책과 사회적 기준도 그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다.

주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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