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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용, 목숨은 외면" 갈 곳 잃은 인천 계양산 개농장 개들

김지은 기자 2020-09-21 00:00:00

'철거하라 VS 임시보호시설 찾아달라'…지자체와 시민모임 갈등
 ▲ 갈 곳 잃은 계양산 개농장의 개들 (사진출처 =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네이버 카페 )
 ▲ 갈 곳 잃은 계양산 개농장의 개들 (사진출처 =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네이버 카페 )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 있던 220여 마리의 개들이 갈곳을 잃어 도축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인천 계양산 부지 내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일가 소유의 식용 개농장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인들 간의 분쟁이 벌어지면서 이곳에 남아있던 개 220여 마리가 졸지에 갈 곳을 잃었다. 

지난 1992년, 故 신 회장으로부터 부지를 임대한 한 부부가 합법 소규모 가축농장을 짓고 개를 기르기 시작한 인천 계양산 개농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총 220여 마리가 있는 대형 개농장으로 바뀌었다. 

계양산 개농장이 규모가 커지자 위생 자체가 심각해졌다. 십 년간 치우지 않은 개 배변으로 벌레가 꼬이는 것은 물론, 내부 청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악취가 멀리서부터 진동했으며, 전염병이 돌아 새끼 20여마리가 한꺼번에 죽는 등 위생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것이다. 

계양산 개농장이 위치한 인천 계양구 목상동 계양산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이자 시 보호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등이 다수 서식할 만큼 수려한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2010년대 부터 둘레길이 조성돼 계양산을 찾는 등산객이 점차 늘어나자 불법 개농장 문제가 함께 드러났다. '가족과 산책을 하던 중 개 짖는 소리가 쉼 없이 들린다'는 한 지역구민의 민원에 의해 계양산 개농장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 살고 있는 새끼개들 (사진출처 =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네이버 카페 )
▲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 살고 있는 새끼개들 (사진출처 =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네이버 카페 )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 계양구는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폐기물 처리시설 미신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변경 신고 미이행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했으나 개 농장 업자는 사육장 운영을 강행했다.

이후 동물권 단체 등이 "약 220여 마리의 개들이 발로 땅을 디딜 수 없는 '뜬장'(공중에 떠 있는 우리)에 갇힌 채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살처분 당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인천 계양산 개농장의 실태를 외부에 알리면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한 해외 후원자의 도움으로 이 들의 죽음은 막았지만 임시보호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개들이 갈 곳을 잃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지자체 측은 개발제한구역에 있는 개 농장을 당장 철거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계양구는 "개발제한구역에 멋대로 들어선 개 농장주에게 지난달까지 자진 철거 기간을 줬지만 정비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8년에 경찰에 고발했고 계속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단 불법시설물부터 철거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계양산 개 농장에 있는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구성된 '시민모임' 측은 개들이 입양될 때까지 철거유예기간을 늘려주고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개들을 치료할 때까지 지낼 만한 대체 장소를 찾아달라고 지자체에 부탁했다. 

지자체는 식용 개 농장이 그동안 불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던 책임이 있는 만큼 지자체가 대체 장소를 마련해주거나 개 농장을 동물보호센터로 지정해 학대당한 동물들이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계양구는 '수차례나 불법이라는 고지서를 발송하고 충분히 경고했다'고 변함없는 입장을 밝혔다.

▲ 인간 탐욕에 의해 피해를 본 계양산의 개들 (사진출처 =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네이버 카페 )
▲ 인간 탐욕에 의해 피해를 본 계양산의 개들 (사진출처 = '롯데목장 개살리기 시민모임' 네이버 카페 )

'시민모임' 김영환 공동대표는 "계양산 개 농장이 관심을 받고 시민들이 모여 개 도축을 겨우 막았다"며, "수년간 관심 없던 지자체가 이제와서 철거조치를 촉구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시보호시설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 수백 마리의 개들은 살처분 당할 위기에 놓인다. 결국, 수익을 노린 개농장주인의 탐욕으로 개 수백 마리의 목숨이 외면당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인간의 욕심으로 세상에 나와, 농장이 철거되는 순간까지 이용당하지만 정작 목숨은 외면당하는 동물들의 실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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